[대골라]'갯마을 차차차' 김선호 손에 왜 '월든'이 들려있었을까

한민선 기자 2021. 10.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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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골라 드립니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연의 순례자'

[편집자주] 책 한 권 읽어보려 했는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되신다고요? 넘쳐나는 신간 속에서 놓치기 아까운 책을 대신 골라드립니다.


'갯마을 차차차'의 김선호의 손에는 왜 월든이 들려 있었을까.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2회 분에는 주인공 홍반장(김선호 분)이 책 읽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김선호가 책장에서 뽑아 들고, 낚시를 하면서 손에서 놓지 않는 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다.

21세기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간 혼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소로는 책에서 자신의 숲 속 생활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으로 이어지는 사계절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진정으로 여유롭고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소한 생활을 해야 하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자신의 의도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무엇에도 속박받지 않고 살아가고자 했던 소로의 삶을 다룬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연의 순례자'가 출간됐다.

이 책은 소로의 삶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리처드슨은 100편에 걸친 소로 인생의 주요 장면을 통해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홀로 이뤄낸 고고한 작가로서의 초상과 함께 불의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은 실천적 철학자의 정신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많은 이들이 월든의 작가로만 알고 있는 소로는 자연의 법칙을 의식하며 강렬하게 생명력 넘치는 삶을 살아간 '자연의 순례자'였다.

소로는 우리의 도덕성을 위해 "국가가 아니라, 신이 아니라, 사회가 아니라, 자연을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고 설파한 가장 위대한 웅변가였다. 소로는 월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며 여유롭게 관조하는 나날을 보낸 것 같지만 실은 인간과 자연에는 하나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법칙에 따라 행동했다. "원칙에서 나온 행동이야말로 진정으로 혁명적이다." 인생을 대하는 소로의 정신을 이 말처럼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다.

소로는 메사추세츠 주 콩코드에서 태어나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뒤 잠시 교사로 일했지만 곧 그만두고 강연과 글쓰기에 몰두했다. 생계를 위해 측량기사로 일하기도 했고 가업인 연필공장 일을 돕기도 했으나 평생 일정한 직업은 갖지 않았다. 그러니까 당시 하버드 출신 대다수가 법률가 같은 번듯한 직업을 택했지만 그는 돈을 위해 일하면서 귀중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소로는 누구보다 노동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고 자유롭게 살아가고자 했다.

소로는 어떻게 이런 소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고, 월든을 쓸 수 있었을까. 이 책 원서의 제목 '정신의 삶(A Life of the Mind)'에서도 읽을 수 있듯 저자가 주목한 것은 소로의 '지적인 삶의 궤적'이다.

소로가 남긴 글은 그 분량만으로도 가히 어마어마하다. 일기만 39권의 노트에 4000페이지가 넘으니 말이다. 여기에는 소로가 평생 쌓아온 폭넓은 지식과 내밀한 철학이 빼곡히 담겨 있다. 소로는 매일같이 네 시간 이상을 숲으로, 들판으로, 강으로 산책을 나갔지만 실은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매일같이 일기를 썼고, 동서양 고전을 탐독했으며, 시와 에세이, 강연원고를 써나갔고, 저술 작업과는 별도로 아메리칸 인디언을 연구하고 '콩코드 자연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저자가 100편의 서사를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은 그 결과물보다는 이런 엄청난 작업을 해나간 여정이다. 저자는 시인으로, 박물학자로, 저술가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소로의 모습을 추적해가면서 정신적인 성숙 과정은 물론 이 과정에서 그가 겪었던 기쁨과 슬픔, 인내와 좌절을 깔끔한 문장으로 상세히 전해준다.

소로는 랄프 왈도 에머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초기 에세이와 시를 쓰던 데서 점차 발전해 '겨울 산책'에서 완벽한 자기 스타일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월든 호숫가 오두막에서 쓴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을 어렵게 출간하고, 국가 권력에 맞선 개인의 저항을 당당하게 외친 '시민 불복종'을 써 내려갔다. 그리고 초고를 쓰기 시작해 일곱 번이나 원고를 완전히 뜯어고친 끝에 월든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소로의 지적인 성숙과 함께 그의 글이 자기만의 독특하면서도 빼어난 스타일을 갖춰가는 과정을 서술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대목은 야생 자연 앞에서 인간이 겸손해져야 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소로 역시 처음에는 자연을 아름답고 풍요로우며 인간에게 친절하고 자비로운 '녹색 세계'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다 메인 숲 여행과 캐타딘 산 등반을 계기로 자연이 얼마나 광대하고 황량하며 인간에게 무심한지 가슴 깊이 절감한다. 자연은 아름답지만 두렵고, 넉넉하지만 강력하고, 너그럽지만 영원히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세계'라는 점을 깨달은 것.

인간은 자연의 일부며, 스스로 한계를 인정할 때만 자연은 인간에게 미소를 지어준다는 것, 소로는 그렇게 자연과 자유를 새롭게 자각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한 걸음 더 우리 곁으로 다가선 소로를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 로버트 리처드슨은 미국의 전기 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 전기작가다. 소로와 에머슨, 윌리엄 제임스로 이어지는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평전 3부작은 '현대 미국 문학연구의 경이적인 업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자연의 순례자/로버트 리처드슨/박정태/굿모닝북스/3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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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선 기자 sunnyda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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