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희대의 사기꾼' 그녀, 메모엔 "스티브 잡스 되기"
‘미국 실리콘밸리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홈즈(37) 테라노스 창업자가 자필로 쓴 메모 중에 “스티브 잡스 되기”라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방송이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CNBC는 홈즈가 의식의 흐름으로 쓴 듯한 10여쪽 분량의 메모 일부를 단독 입수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4월 2일 그가 쓴 메모에 “스티브 잡스 되기(Becoming Steve Jobs)”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CNBC는 홈즈가 그의 변호사와 대화하면서 쓴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홈즈가 실리콘밸리의 총아로 떠올랐던 시절, 언론은 그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비교했다. ‘제2의 스티브 잡스’ ‘여자 잡스’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홈즈가 남긴 메모는 자신도 ‘잡스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무렵 언론에 자주 등장한 홈스는 잡스의 상징적 복장인 검은 터틀넥 셔츠 차림과 유사한 복장을 자주 입었다. 잡스를 자신의 우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테라노스 전 직원은 홈즈가 잡스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뒀다고 CNBC에 전했다. 홈즈는 잡스의 식단과 생활 방식까지 따라 할 정도로 잡스에 집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와 홈즈 모두 대학을 중퇴했고, 자수성가해 억만장자가 됐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홈즈는 2003년 19살에 스탠퍼드대학을 관두고 테라노스를 차렸다. 31살이 되던 해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 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테라노스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250여개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의료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홈즈의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테라노스가 가진 진단 기술이 정확하지 않다는 기획 탐사보도를 냈고,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곤두박질 쳤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식품의약국(FDA) 조사 결과 테라노스는 기술을 과대 포장했을 뿐 아니라, 성능 테스트를 조작하는 등 철저히 거짓으로 만들어진 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WSJ 보도가 나가고 2주 뒤 홈즈가 남긴 메모에는 ‘논점마다 반박 진술’ ‘두려움 없이 투명하고 숨길 것 없다’ 등 글귀가 적혀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홈즈의 변호인은 해당 메모에 대한 의견을 묻는 CNBC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현재 홈즈는 투자자와 환자를 상대로 사기·공모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말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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