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수사 시작부터 난관..검·경은 '제각각 수사'

이미호 기자 2021. 10. 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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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압수수색 현장서 증거인멸
남욱은 행방 묘연
"수사주체 일원화해야"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금품로비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자금 흐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결정적 증거물을 놓치면서 ‘뒷북 수사’ 여파라는 비판이 나온다.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자신의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등 공공연히 압수수색 현장에서 증거인멸이 이뤄진데다, 소환마저 불응하는 등 수사 초기부터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초기부터 유동규 증거인멸....남욱 국내 송환도 어려울 듯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소환 통보에 한 차례 응하지 않은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자진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전날 유 전 본부장이 재직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2차 압수수색했다. 당초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지만, 소환에 불응하자 조사하지 못했다.

지난 29일 진행된 유 전 본부장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도 순탄치 못했다. 수사관이 초인종을 누른지 20분이 지난 뒤에야 문을 열어주고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졌다.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역시 검찰의 압수수색을 예상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밤 늦게까지 불이 켜 있다가, 이튿날 모든 직원들이 평소보다 늦은 시각에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의혹은 언론에서 불을 지피기 시작한 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현재 검찰은 지난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제출받은 녹취파일 등을 토대로 유 전 본부장 혐의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더 많은 수익을 갖도록 하게 한 사업계획서를 설계한 당사자다. 녹취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논의한 내용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개발사업 핵심 인사들간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를 검찰에 넘긴 것과 관련해 막대한 개발이익 배분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로 꼽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으로 일하던 2015년 3~7월에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과 심사, 최종 이익 배분 협상이 이뤄졌다. 화천대유가 개발사업 민간파트너 겸 자산관리회사(AMC)에 선정된 시기도 바로 이 때다. 이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지분 50%+1주)로,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이 주주로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이 설립됐다.

아울러 핵심 관계자인 남욱 변호사의 신병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정 회계사와 함께 대장동 민간 개발을 위해 주변 토지를 사들이기도 했고, 민관 합동 개발이 결정되자 시행 사업에도 참여했다. ‘성남의뜰’에 투자한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8721만 원을 투자해 1007억원 가량 배당받았다.

남 변호사는 이번 의혹이 불거지기 수개월 전 출국해 가족과 미국에 체류중이다. 검찰은 입국 통보와 여권 무효화 조치 등의 카드를 검토 중이지만 사실상 남 변호사가 자진해서 입국하지 않을 경우 신병 확보는 불가능에 가깝다. 법무부가 범죄인 인도청구를 요청하더라도, 미국측에서 필요성에 공감해야 진행이 된다.

일례로 옵티머스 창업자인 이혁진 전 대표가 미국에 체류중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10개월째 국내 송환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도 전담팀 꾸려 ‘동시 수사’...”특검이든 국수본이든 수사주체 일원화 필요”

한편 경찰도 지난 29일 경기남부경찰청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 수사팀은 서울 용산경찰서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화천대유 관련 자금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을 통보받았는데,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야 내사에 들어갔다. 최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한차례 소환 조사한게 전부다. 화천대유 자회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씨에게는 참고인 소환조사를 통보한 상태다.

법조계에선 검·경이 해당 사안과 관련해 공조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제각각 수사할 경우, 수사 대상이나 영역이 겹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장동 사건이 ‘권력형 대형 부패 사건’이라는 점에서 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수사력 입중이 필요하다”면서 “특검이든 국수본이든 수사 주체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검사로부터 어떤 수사지휘도 받지 않는 상황 아니냐”라며 “조정 이전엔 검경의 역할이 구분돼 있어 공조수사가 가능했지만 이젠 같은 사건을 놓고 검경이 동시 수사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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