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 제주 세계자연유산 우뚝 "세계를 매료시키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화산섬'이다.
동서로 길게 해안까지 뻗은 한라산이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품듯 360여 개의 오름(기생화산)과 동굴, 곶자왈, 폭포, 마을, 초원지대 등을 감싸고 있다.
이렇듯 빼어난 자연유산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2009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에 오르며 제주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
1일부터 2021 세계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한라산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 세계자연유산 일원에서 펼쳐진다.
제주의 극적인 세계자연유산 등재
"됐다! 만세!"
2007년 6월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31차 총회가 열린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센터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만장일치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과 김태환 전 제주지사 등 당시 정부·제주도 대표단들은 회의장을 빠져나와 주먹을 추켜올리며 환호했다.
제주의 빼어난 자연유산을 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반열에 올리기 위한 6년여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극적이었다.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은 2001년 1월 문화재청이 제주자연유산지구 등 7건을 세계자연유산 잠정목록으로 확정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문화재청은 제주자연유산지구를 최우선 신청대상으로 결정,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며 국내외 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진행했다.
과거 강렬한 화산활동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제주의 다양한 화산지형, 용암동굴 등이 세계자연유산으로서 등재 가치가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했다.
제주의 자연환경은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지만, 당시엔 연구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외국의 자연유산 현지 조사를 통해 제주 자연환경의 특징과 강점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 후보지를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산굼부리·만장굴 동굴계·성산일출봉·주상절리대 등으로 정하고, 2005년 5월 명칭을 '제주도 자연유산지구-용암동굴과 화산지형'으로 결정했다.
이 무렵 하늘이 도왔을까.
2005년 5월 11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전봇대 교체 공사 과정에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용암 동굴이 발견됐다.
총 길이 2천470m, 용이 하늘로 승천해 올라갔을 법한 커다란 호수가 있는 '용천동굴'(龍泉洞窟)이 처음으로 세상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땅속에 보존돼 있어 수십만 년 간 훼손 흔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에 본 적이 없던 새롭고 학술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이었다.
각국의 동굴전문가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동굴이 발견되면서 세계자연유산 등재작업에 탄력이 붙었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이듬해 1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공식 신청했다.
또다시 1년 여 기간 홍보와 학술조사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2007년 6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우리나라의 8번째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성격을 모두 갖춘 복합유산으로 나뉘는데 한국이 현재 보유한 세계유산은 15건이다.
이 중 자연유산으로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 '한국의 갯벌'(2021) 등 2건뿐이다.
자연관광의 메카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전후해 제주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2009) 지정이라는 쾌거를 이뤄내면서 제주는 자연관광의 메카로 우뚝 섰다.
세계 유명 관광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제주라는 이름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관광·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듬해부터 영국의 BBC, 일본 NHK,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등 해외 유수의 TV 방송사를 비롯한 해외언론들이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만장굴, 주상절리대, 제주 올레, 해녀 등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집중 조명했다.
문화재청을 비롯한 한국관광공사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주저 없이 제주를 손꼽으며 측면 지원에 나섰다.
2009년에는 제주 세계자연유산을 소개하는 다양한 청소년용 도서가 앞다퉈 출판됐으며, 우정사업본부는 아름다운 제주의 용암동굴을 담은 특별 우표를 판매했다.
2010년도에 당시 새롭게 적용된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한 내용이 실려 전국의 학생들이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학교에서 접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의 관광 패러다임을 다변화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경관 위주의 제주관광에서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와 제주의 독특한 생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관광에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몰렸다.
지난 2020년부터는 제주도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성산일출봉 등 일대에서 세계자연유산축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개최하고 있다.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세계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자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1일부터 진행하는 2021 세계유산축전은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전면 비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안방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직접 찾아볼 순 없지만, 그 감동은 축전 홈페이지(http://www.worldheritage.kr/), 유튜브(https://www.youtube.com/c/WorldHeritageFestival2021) 등을 통해 영상으로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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