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도개공에 10억대 금품 로비 포착..'대장동 의혹' 밝혀지나

박현준 2021. 10.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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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80억 비정상적 회계 처리
검찰, 비자금 의심.. 용처 추적
추가 압색 유동규 컴퓨터 확보
정영학 제출 녹취록 집중 분석
이재명 2020년 대법 무죄 판결 전후
김만배, 권순일 8차례 만남 확인
지난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자금 중 70억∼80억원이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용처를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화천대유 회계처리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70억∼80억원의 현금 흐름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가 제출한 녹취록 분석을 통해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10억원대의 금품 로비를 한 정황도 포착하고 현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아울러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할 당시 권순일 전 대법관을 여러 차례 만난 것과 관련, 검찰은 권 전 대법관 등 화천대유 고문으로 영입한 전직 고위 인사들의 역할도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회계사 정씨가 제출한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 녹취록 등을 토대로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다. 녹취록에는 이들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로비자금을 누구에게, 어떤 경로로 전달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현금뭉치 사진 등 녹취록 내용을 뒷받침해 주는 자료도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검찰이 주거지 압수수색을 하러 오자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며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추가 압수수색해 유 전 본부장이 쓰던 컴퓨터를 확보했다. 또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1000억원 넘게 배당을 받은 뒤 미국으로 출국한 남 변호사에 대해 입국 시 통보조치를 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들을 분석해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도록 설계가 이뤄진 경위,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유착 여부 등을 집중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화천대유 측 고문으로 활동하거나 자녀가 직원으로 일한 권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곽상도 의원 등 전현직 고위 인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김오수 검찰총장. 연합뉴스
특히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나오기 전후로 김씨가 대법원을 방문해 권 전 대법관을 8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씨 측은 “권 전 대법관은 동향(출신)이라 인사차 3∼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재판에 관련된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대장동 의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여야 (정치권), 신분,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도개공에 10억대 금품 제공” 증거 제출… 사업 특혜 밝혀지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확보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주요 주주들의 대화 녹음파일에는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10억원 대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적절한 로비 정황이 발견되면서 검찰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오피스텔을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S 방송화면 캡처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7일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를 조사하면서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 등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받았다. 2019년 이후 주요 관계자 간 통화내용 등을 정리한 녹취록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사 정씨는 현금 뭉치가 찍힌 사진 등 녹취록 내용의 사실관계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함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 등과 함께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하고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인사다. 1990년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딴 뒤 재개발·개건축 등 도시정비 사업 전문가로 활동했고, 2000년대 후반 대장동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선 민간이 과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 ‘뒷배’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만약 유 전 본부장을 비롯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이 금품수수에 연루돼 있다면 검찰의 칼끝은 그 윗선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유 전 본부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데다 당시 성남시장이 이 지사였던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엔에스제이홀딩스로 이름이 바뀐 천화동인4호 사무실 모습. 뉴시스
녹취록엔 천화동인 1~7호의 전체 지분 중 절반가량을 특정인이 가졌으며,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관계자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 속 누군가가 “직원들이 내가 실소유주가 아닌 걸 안다”고 하자, “아니, 그걸 다른 직원들이 알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차명 지분으로 얻은 수익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뭐냐”는 취지의 발언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밖에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유원홀딩스 관련 내용, 남 변호사 등 주요 관련자가 화천대유 수익금 배분을 논의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다고 한다. 검찰이 전날 주요 관련자와 업체, 자택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를 본격화한 데엔 일부 의혹이 맞다고 시인한 정씨의 진술과 함께 해당 녹취록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막대한 개발 이익금 분배 과정에서 핵심 관련자 간 갈등이 있었고 불만을 품은 정씨가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가 정씨가 처벌 부담을 덜려고 검찰 수사에 협조한 듯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경기 용인의 거주지 앞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회계사 정씨와)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고 통화도 한 적이 없다”며 녹취록 관련 언론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이어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다. 민간수익을 제한해야 한다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의 제안을 묵살하고 사업 계획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버린 증거인멸 시도에 대해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 수사관에게 설명했다”고 했다. 이 지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엔 “같이 일하다 보면 친분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 친분으로 (이 지사와) 엮으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검찰은 녹취록에 담긴 개발사업 과정의 로비 정황과 수상한 자금 흐름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현준, 박미영, 김청윤, 이희진 기자, 용인=오상도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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