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각장-암 연관성 제한적' 결론엔 이런 문제가 있었다..자료 부족·짧은 추적기간으로 입증 못해
[경향신문]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는 3개의 폐기물 소각시설이 삼각형 모양으로 들어서 있다. 북이면 주민들은 1999년부터 소각시설 속에서 생활했다. 마을에서 식도암, 위암, 폐암 등 각종 암 진단을 받는 이들이 늘어났다. 모든 암 발생율이 전국보다 13% 높았다. 주민들은 소각장과 암 발생 간 연관성을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했다. 1년여 만인 지난 5월 나온 조사 결과는 ‘연관성 제한적’. 환경부는 5쪽짜리 보도자료에서 일부 유해물질이 높게 검출되긴 했지만, 소각장과의 역학적 관련성을 명확히 인정하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사실상 둘 간의 연관성을 불인정한 것이다.
이는 ‘소각장과 암 발생 연관성 제한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북이면 주민들은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도 투쟁 중이다. 이 조사는 소각시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첫 건강영향 조사였다. 마을 반경 3㎞ 이내에 폐기물 소각시설이 3개나 있는데, 어떻게 주민들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일까.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주민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뜻일까. 주민들의 육체적 건강 외 정신적 건강은 괜찮을까.
경향신문은 30일 무소속 윤미향 의원실을 통해 ‘충북 청주시 북이면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보고서 전체를 확보해 살펴봤다. 511쪽의 보고서에는 5쪽짜리 보도자료에는 담기지 못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충분치 않았던 자료들
보고서에는 연구진들이 소각시설에서 배출된 유해물질에 따른 주민 건강영향을 평가하기엔 확보된 자료의 양이 제한적이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소각시설 주변의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 농도는 높았지만, 소각시설 배출원 조사에서는 모두 기준치 미만으로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다이옥신 농도는 2018년 잔류성유기오염물질 측정망 기준의 약 4배에 해당할 만큼 높았고, 대기 중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 농산물의 카드뮴 오염도도 대조지역에 비해 2배 높았다”며 “조사 기간 중 소각업체의 자발적인 저감 노력 가능성으로 본 조사 결과가 과소측정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부 소각시설에서는 과다소각, 유해물질 배출기준 초과로 행정조치를 받은 점, 유해물질 방지설비가 전반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점, 그리고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이 점차 엄격해진 점 등을 언급하며 “과거 시점에서의 유해물질 노출 농도는 적어도 현재보다는 높았을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으나, 자료 확보가 어려워 과거로부터의 누적 노출 평가는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울증 걸린 주민들
건강조사에 참여한 북이면 주민의 3분의1 가량은 우울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조사지역 참여자의 30.3%는 경도 이상의 우울장애를 갖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소각시설 유무를 제외하면 북이면과 환경적, 인구학적 특성이 유사한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충북 진천군 이월면을 대조지역으로 선정해 건강조사 결과를 비교했는데, “(우울장애 비율은) 대조지역의 16.8%보다 유의하게 높았다”고 했다. 또 “연령, 성별 등 교란변수를 통제한 후에도 (북이면의) 우울장애 위험은 대조지역에 비해 2.64배 높았다”고 했다.
북이면 주민들은 대조지역보다 운동과 환기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북이면 조사 참여자들 중 ‘규칙적 운동’을 한다고 답한 이들은 37.8%로, 대조지역(27.2%)보다 높았다. 북이면에서는 50.1%가 환풍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역시 대조지역 평균인 19.4%보다 월등히 높았다. 공기청정기 사용비율도 18.6%로 대조지역(11.2%)에 비해 높았다.
■곳곳에 언급된 ‘소각장 영향 가능성’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서는 소각장과 암 발생 간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북이면 주민들이 이미 오랜기간 일부 유해물질에 노출됐다는 사실, 그리고 소각장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보고서 곳곳에서 언급됐다.
보고서는 소각시설에서 주로 배출되는 유해물질인 다이옥신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도 “남녀 전체에 대한 고노출자 빈도가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면, 다이옥신 노출에 대한 소각장 영향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카드뮴에 대해서도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주요 유해물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소각장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고, 대기 중 PAHs 농도 역시 “소각시설에서 배출되는 PAHs가 주민에게 노출돼 체내로 유입되고 있고, 이로 인한 건강영향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했다.
■자료 부족·짧은 추적기간으로 암 연관성 입증 못해
북이면 지역의 소각시설은 신설될 당시 하루 35t 소각에서 현재는 하루 543t을 소각하는 것으로 대폭 증설됐다. 보고서는 결국 암의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소각장 증설과 암 발생 간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2020년 이후 상황을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본 조사에서 과거 노출 자료의 부재, 짧은 암발생 추적기간 등의 이유로 소각장과 암 발생과의 관련성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는 없었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했다”며 “소각량 증설에 따른 암발생 증가 영향은 평균 10년의 잠복기를 감안 시 2020년 이후를 추적관찰해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유해물질에 대한 인체노출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암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속적 모니터링과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윤미향 의원은 “결국 자료 한계 등으로 주민 건강과 소각장 유해물질 간 역학적 관련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며 “철저한 재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환경부가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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