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2주년 맞은 한국마사회의 현재와 미래

김재범 기자 2021. 10. 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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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29일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로 시작된 한국경마는 이후 조선마사회를 거쳐 1949년 9월29일 한국마사회로 이름을 바꾼 뒤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해마다 창립일에 기념행사와 대내외 말산업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마사회는 창립일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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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축 대신 비상경영..위기를 기회로
코로나 이후 매출 10분의 1로 급갑
차입경영 검토..온라인발매 절실
서울경마공원의 텅 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9월 29일 72번째 창립기념일을 맞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립일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사진제공 l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는 29일 창립 72주년을 맞았다.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로 시작된 한국경마는 이후 조선마사회를 거쳐 1949년 9월29일 한국마사회로 이름을 바꾼 뒤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마사회는 매년 9월29일을 창립기념일로 삼고 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생일은 축하를 하고 기뻐해야할 경사스런 날이다. 한국마사회도 해마다 창립일에 기념행사와 대내외 말산업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실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국마사회는 창립일과 관련해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기념식을 진행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 속내에는 ‘지금은 창립일을 자축하며 기뻐할 때가 아니다’라는 마사회 내부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1조 넘던 제세금, 코로나로 1000억대 급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만 해도 마사회는 연 매출 7조3670억 원을 기록했다. 1조 1700억 원 이상의 제세금과 1000억 원에 가까운 출산발전기금을 매년 납부해 국가재정과 축산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마시행이 불가능해지며 2020년 제세금은 1700억 원 수준으로 정상적인 상황과 비교해 10분의1로 급감했다. 말산업 농가 등 축산업계를 위한 소중한 재원인 축산발전기금은 아예 한 푼도 적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마 고객 입장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지만 마사회는 말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면서 상생경마를 실시하고 있다. 마사회가 그동안 적립했던 유보금을 활용해 상금을 지급하는 상생경마는 2만4000여 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며 경주마에게는 경주능력유지와 동물복지증진의 바탕이 되고 있다.

마사회는 현재 상생경마 시행에 매주 70여억 원의 유보금을 투입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상생경마에 5000억 원 이상의 재원이 들어갔다.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유보금이 소진 위기를 맞고 있어 마사회는 차입경영까지 검토하고 있다.

생일을 맞은 29일 서울경마공원은 평소보다 인기척이 드물었다. 지난해부터 마사회 전 임직원이 주 1일 휴업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가 열릴 때마다 경마 팬의 함성으로 뜨거웠던 관람대도 텅 비었다. 하지만 이날도 경주로에는 어김없이 경주마들이 질주하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에 입사한 1700여두의 경주마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몸을 풀고 주행능력을 다듬고 있다. 새벽 훈련을 마치고 마방으로 돌아온 한 말관리사는 “다행히 상생경마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보금이 곧 바닥날 마사회가 언제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불안한 현실을 토로했다.

한편 비상경영에 돌입한 한국마사회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올해 말산업 상생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감에 힘썼지만 내년까지 이어질 경영위기를 대비해 전사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며 “긴축경영으로 말산업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지만 경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언택트,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온라인발매 시행이 경륜·경정에 이어 경마에도 적용된다면 2만4000여 말산업 종사자들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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