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 깨는 데이터, 낙관의 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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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불평등, 팬데믹, 반지성주의, 부패정치, 탐욕과 혐오·차별. 인류의 미래를 비관하게 하는 일들로 세상은 가득하다.
대중적 저술가로 더 유명한 핑커는 심리학자답게 인간의 편향과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한 오류를 짚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핑커의 주장이 그런 부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핑커의 작업은 무의미한가? 현실 진단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과 실용에 기반한 태도는 크게 배울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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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계몽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l 사이언스북스 l 5만원
기후위기, 불평등, 팬데믹, 반지성주의, 부패정치, 탐욕과 혐오·차별…. 인류의 미래를 비관하게 하는 일들로 세상은 가득하다. 정말 그럴까? 스티븐 핑커가 천착해온 질문이다. 대중적 저술가로 더 유명한 핑커는 심리학자답게 인간의 편향과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한 오류를 짚는 데 집중해왔다. 핑커가 2018년 내놓은 문제작 <지금 다시 계몽>은 이 문제와 전면 대결한다. 오인식에서 벗어나는 것이 계몽이다. 지금 인류는 편향과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두툼한 벽돌책이 된 것은, 논거로서의 데이터들 때문이다. 그래프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인류의 수명이 늘고 건강해졌으며 풍족한 식량을 얻었고 세계는 부유해졌음을 강변한다. 불평등은 줄어들었으며 환경도 당장 대멸종이 이뤄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쟁은 극히 감소했고 사회는 안전해졌으며 테러리즘은 축소되고 있고 민주주의가 진보하며 인류는 더욱 평등해졌다고 한다. 지식은 확산하였고 삶의 질은 높아졌으며 더욱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일면 틀린 주장은 아니다. 시계열로 보면 확실히, 인류는 진보했다. 유아사망률만 봐도 확연하다.
그러나 ‘빅스토리’는 허약한 디테일에서 허물어질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와 불평등에 대한 핑커의 주장이 그런 부분을 보여준다. 핑커는, ‘1910년에나 2010년에나 빈곤층은 전체 부의 5%밖에 갖고 있지 않다’는 토마 피케티의 지적을 ‘총량 오류’라 비판하며 조앤 롤링을 예로 든다. <해리 포터>로 “롤링은 억만장자가 되었고 불평등은 늘어났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궁핍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더 부유하게 만들었다.” 해리 포터의 대성공과 달리, 빼앗고 속여 거둬들인 부는 거론되지 않는다. 핵에너지에 대한 찬성의 핵심 근거로 일본 후쿠시마와 미국 스리마일 섬 핵발전소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제시하는데,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피폭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일본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핑커의 작업은 무의미한가? 현실 진단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과학과 실용에 기반한 태도는 크게 배울 만하다. “우리는 결코 완벽한 세계를 갖지 못할 테고, 그런 세계를 추구하는 일은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의 번영을 증진하는 일에 지식을 계속 사용한다면 세계를 개선할 방안에는 한계가 없을 것이다.” 이른바 ‘조건적 낙관주의’다. 낙관하되 손 놓고 있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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