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러 플랫폼서 일해도 산재보험 자격" 법개정안 발의

박태우 2021. 10. 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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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전속성 요건 폐지 추진
임종성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
'주로 하나의 사업' 요건 없애
배달·대리 등 산재보험 사각 해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용어도 사라져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산재전면적용’이라는 걸개를 오토바이에 걸고 집회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두개 이상의 플랫폼이나 거래처에서 일감을 받는 플랫폼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도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에 가입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발의 이전부터 정부와 국회가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룬 상태여서 국회 통과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재보험에서 제외됐던 이들을 더욱 폭넓게 보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종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특고의 ‘전속성’ 요건을 폐지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보험료징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일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산재보험법의 특고는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14개)에 해당해야 한다. 아울러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제공하며,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 요건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속성’ 기준은 똑같이 일을 하고도 여러 사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을 산재보험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플랫폼노동자는 여러 플랫폼에서 호출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전속성 기준 때문에 일하다 다쳐도 산재 적용을 못 받는 경우가 생겼다. 임 의원은 “전체 특고 종사자 규모는 약 166만명 수준이지만 전속성 요건 탓에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는 66만여명(40.1%)에 불과하다”며 “플랫폼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라는 한개 ‘조’를 통해 피보험자격과 보험료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안은 ‘노무제공자에 관한 특례’에 관한 ‘장’을 신설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단어를 대신할 ‘노무제공자’의 범위와 보험료 산정 기준, 보험료 납부 방법 등에 대한 세부 조항들을 신설했다. ‘노무제공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필요성, 종사자 규모, 노무제공 형태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해 ‘주로 하나의 사업’이라는 전속성 기준 자체를 없앴다.

플랫폼노동자의 보험료 납부 등에 관한 내용도 지난 7월부터 특고 일부 직종에 의무화된 고용보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규정됐다. 현재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한 특고 직종 가운데는 음식배달·퀵서비스·대리운전처럼 일감을 중개·알선하는 프로그램사(플랫폼 운영자)와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해 노무제공자를 모아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플랫폼 이용 사업자)가 별도로 있는 경우가 많다. 음식 배달대행업을 예로 들면, 전자는 생각대로·바로고·부릉에 해당하고 후자는 지역마다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는 ‘지역배달대행업체’에 해당한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지역배달대행업체 배달원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57.1%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이 가운데 17.9%가 지역배달대행업체가 산재보험 가입을 꺼려 가입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노동자의 노무제공 횟수와 보수를 파악할 수 있는 플랫폼 운영사가 산재보험료 수납에 관한 보험행정업무를 맡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플랫폼종사자 보호대책’의 ‘전국민 산재보험 적용’, ‘전속성 요건 폐지와 직종·분야별 특수성을 반영한 산재보험 적용·징수 체계마련’ 내용을 상당부분 반영했다. 오태웅 고용노동부 산업재해보상정책과장은 “발의 이전부터 노동부와 국회, 전문가들의 논의 내용이 반영된 개정안이어서, 정부에서도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개념이 법문에서 사라지게 된다. 특고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기업들이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원래 노동자로 고용해 수행하던 업무를 도급·용역·위탁 등의 방식으로 개인에게 맡기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그 규모가 늘어났다.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결국 2008년 산재보험법의 특례로 법적 용어로 정의됐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무제공자’로 변경된다. 노동자가 아니면서도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 예전엔 ‘특수’한 것이었다면, ‘보편적’으로 바뀐 현재의 노동시장 구조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노동법)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전부 부담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못해 아쉽지만, 전속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회보험이 (고용계약에 따른) ‘임금’ 기반에서 (고용형태를 따지지 않는) ‘소득’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맹아가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도 “일하는 모든 국민이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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