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김문환, 왜 10월 벤투호 명단에서 제외됐을까? [한만성의 축구멘터리]

한만성 2021. 10.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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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FC 김문환, 10월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는?

[골닷컴] 미국, LA 한만성 기자 = 김문환(26)을 영입한 LAFC는 올 시즌을 앞둔 시점까지 북미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LAFC로 이적한 김문환 또한 시즌 초반에는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데뷔전이 늦어지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곧 교체 출전을 이어가며 실전 감각 회복에 전념한 후 6월부터는 팀의 붙박이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LAFC를 이끄는 밥 브래들리 감독은 올 시즌 백스리와 백포를 번갈아가며 활용 중인데, 김문환은 몸상태에 이상이 없는 한 오른쪽 윙백과 풀백 역할을 두루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은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각) 발표한 이달 시리아,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4차전 경기에 나설 명단에서 김문환을 제외했다. 대신 그는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K리그 베테랑 김태환(32, 울산), 이용(34, 전북)을 선발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명단에 선발한 강상우(27)에 대해서도 과거 "좌우 풀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었다.

김문환이 부상 등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데도 벤투호 명단에서 제외된 건 그가 처음으로 A대표팀에 합류한 2018년 9월 후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그러나 현재 그는 부상 중인 상태는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안고 소속팀 LAFC에서 시즌 막바지 일정에 돌입했다. 김문환은 올 초 LAFC로 이적하며 우승이 목표라고 밝혔지만, 현재 팀 성적은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며 MLS 서부지구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벤투 감독은 김문환을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 후 "전술적, 기술적 결정(tactical, technical decision)이며 이외 이유는 없다"고 밝히며 더는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는 얼핏 들으면 김문환의 경쟁력이 이번에 선발된 동포지션 선수와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김문환의 상황을 살펴 보면 벤투 감독이 택한 '전술적, 기술적 결정'은 그가 고려한 여러 이유를 함축해 내린 판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지난 약 한 달간 이동거리만 무려 3만 km

김문환은 이미 이달 초 대표팀에 차출돼 LA와 한국을 오가며 왕복 2만 km가량을 이동했다. 그는 8월 29일 LA 갤럭시를 상대로 홈 경기에 나선 뒤, 한국으로 날아가 단 나흘이 지난 9월 2일 이라크와의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차전 홈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후 김문환은 대표팀이 7일 레바논과의 최종예선 2차전을 마친 뒤, LA로 복귀해 소속팀 LAFC 홈에서 13일 솔트레이크와의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이어 그는 원정 3연전에 나선 LAFC와 16일 어스틴, 20일 포틀랜드, 26일 산호세를 연이어 상대했다. 미국 텍사스주 어스틴, 오레곤주 포틀랜드, 캘리포니아 북부도시 산호세는 모두 LA에서 가려면 장거리 비행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원정 3연전을 마친 김문환은 LAFC 홈으로 돌아온 30일 포틀랜드와의 MLS 27라운드에 교체 출전해 45분 활약했다. 그는 팀 내 치열한 주전 경쟁, 대표팀 일정 병행 등을 이유로 최근 출전한 다섯 경기 중 세 경기에만 선발 출전했다. 단, 큰 변수가 없는 한 김문환은 오는 4일 LA 갤럭시 원정에는 선발 출전이 예상된다. 김문환이 LA 갤럭시 원정에 출전한다면 그는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여덟 경기에 출전하는 와중에 총 이동거리는 무려 3만 km에 달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벤투 감독은 이달 초부터 체력적 부담을 노출한 김문환을 단 한 달 만에 다시 LA에서 한국으로 불러들여 시리아전을 치르고, 이란으로 이동해 '아자디 원정'에 나서게 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0월 명단에 소집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이용, 김태환은 K리그에서 활약 중인 만큼 국내에 머무르며 시리아전을 준비한 후 이란 원정에 나선다는 점에서 짊어지게 될 체력적 부담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김문환이 내달 명단에 소집됐다면 그는 4일 LA 갤럭시 원정에 출전한 후 한국으로 이동해 7일 시리아전 후 이란으로 날아가 12일 경기에 대비하는 고행길을 이어가야 했다. 이미 지친 김문환이 내달 초부터 8~10일 사이에 LA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이란으로, 이란에서 다시 LA로 가게 됐다면 일찌감치 늘어날대로 늘어난 그의 이동거리에 왕복 2만8500 km가 추가될 뻔했다.

LA와 한국의 시차는 16시간 차, 한국과 이란 테헤란의 시차는 5시간 30분 차다. 김문환이 평소 생활하는 LA와 테헤란의 시차 또한 10시간 30분 차다. 이는 지구 한바퀴를 돌며 비행기 안에서만 이틀가량을 보내야 하는 일정이다. 김문환에게는 큰 자부심인 대표팀 발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당장은 큰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지쳐 있는 그의 최근 몸상태,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경기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냉정하게 따지면, 오히려 김문환에게는 내달 말까지는 소속팀에서 고갈된 체력을 회복하며 시즌 초중반 보여준 빼어난 경기력을 되찾은 후 11월 명단 복귀를 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LAFC는 4일 LA 갤럭시 원정을 마치면 A매치 기간을 맞아 17일 산호세전까지 약 2주간 휴식기에 돌입한다. 김문환에게는 이번 휴식기가 그가 지난 6~8월 보여준 절정의 경기력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10월 차출은 대표팀, 김문환에게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벤투 감독은 내달 7일 한국에서 시리아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른 뒤, 이란으로 이동해 12일 원정 경기에 나서야 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몸상태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다. 대표팀은 홈에서만 2연전을 치른 이달 초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남태희가 차출 기간 중 부상으로 중도하차했으며 손흥민, 황의조, 권창훈 등이 부상과 근육 피로 등으로 몸상태에 문제를 나타냈다. 김문환 또한 대표팀에서 복귀한 후 지난 13일 솔트레이크전을 마친 뒤, 밥 브래들리 LAFC 감독이 "대표팀에서 복귀했을 때 장거리 비행과 시차 적응을 거치느라 많이 지쳤다"고 밝혔을 정도로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벤투 감독은 김문환을 이번 명단에서 제외한 점에 대해 "전술적, 기술적 결정이며 이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2018년 9월 코스타리카, 칠레와의 평가전 명단을 시작으로 3년간 부상 등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줄곧 김문환을 발탁했다. 즉, 벤투 감독이 이번 명단에서 김문환을 제외하며 밝힌 '전술적, 기술적 결정'에는 무리한 일정으로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기가 사실상 어려운 그를 10월 명단에서는 제외하는 게 선수와 팀에 모두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의미가 함축됐을 가능성이 크다. K리그 최정상급 라이트백 이용, 김태환 체제로 시리아와 홈 경기에 이어 이란 원정에 나서는 게 대표팀으로서도 부담이 덜하다.

올해 중국 슈퍼 리그로 진출한 미드필더 손준호도 김문환과 마찬가지로 이달 명단에는 포함됐지만, 10월 명단에서 제외됐다. 현재 자국 대표팀 일정 등의 이유로 중국 슈퍼 리그는 시즌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 때문에 손준호는 이달 초 대표팀에 차출돼 출전한 이라크, 레바논전을 제외하면 최근 약 2개월 가까이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미 실전 감각이 떨어진 손준호는 최근 중국으로 복귀해 곧 재개되는 컵대회 일정을 위해 3주 자가격리에 돌입했다. 김문환이 장거리 이동이 잦고, 경기수가 많아 경기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손준호는 반대로 실전을 소화할 기회와 훈련량이 부족해 대표팀 일정을 한 템포 쉬어가게 된 셈이다. 이처럼 몇몇 선수는 각자 몸상태, 소속 리그와 팀의 상황, 일정의 강도 등으로 대표팀에서 100% 기량을 보여주기 어려운 이유가 제각각이다. 사실 이런 변수는 벤투 감독이 통제하기 어려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단, 아쉬운 점은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 탓에 대표팀 차출이 어려운 몇몇 선수를 발탁하지 않은 벤투 감독이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무뚝뚝한 자세로 불필요한 오해를 키웠다는 점이다. 김문환과 손준호는 나란히 지난달 이라크와의 최종예선 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했다. 벤투 감독이 스스로 두 선수를 대표팀의 주력 자원으로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10월에는 이들을 제외한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설명할 수 있었던 자리에서 '전술적, 기술적 결정'이라는 답변 외에는 선수들의 몸상태나 이란 원정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고싶지 않다는듯한 반응만 보였다. 심지어 그는 대표팀이 승리해본 적이 없는 이란 원정에 대비해 특별한 준비를 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의아하다는듯한 말투로 "그게 무슨 뜻인가?(What does that mean?)"라고 되물으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 지난달 햄스트링 부상 후 한풀 꺾인 경기력도 우려 대상

그러나 우선 벤투 감독이 김문환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 가장 큰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의 최근 경기력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김문환이 최근 소속팀 LAFC에서 부진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MLS에서 전력 보강에 가장 적극적이며 투자 또한 최상위권에 속하는 LAFC의 현재 성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LAFC는 30일 홈에서 포틀랜드에 0-1로 패해 최근 3연패의 늪에 빠지며 MLS 서부지구 13팀 중 9위로 추락했다. 이대로 정규시즌이 끝난다면, LAFC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서부지구 7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팀이 부진을 거듭하는 와중에 김문환의 최근 퍼포먼스는 그가 한창 맹활약을 펼친 6~8월 당시 경기력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문환은 LAFC 이적 후 선발 데뷔전을 치른 6월 FC 댈러스전부터 8월 초 스포르팅 캔자스 시티전까지 아홉 경기에 출전해 1골 1도움, 경기당 평균 키패스 1.1회, 드리블 돌파 성공 1.5회를 기록하며 특유의 세밀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공격 가담 능력이 MLS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여덟 경기에서는 골이나 도움 없이 경기당 평균 키패스는 0.2회, 드리블 돌파 성공은 0.5회로 공격 기여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최근 여덟 경기에서 김문환의 크로스 성공 횟수는 0에 머물러 있다. 물론 LAFC가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 진영에서 김문환을 통해 측면을 공략하는 빈도가 떨어지며 발생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게다가 벤투 감독이 10월 시리아, 이란전을 위해 발탁한 오른쪽 측면 수비수 자원 이용, 김태환은 김문환보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서 활약한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며 최근 일정이나 이동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체력 부담도 덜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교롭게도 김문환은 8월 중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 차례 상승세가 꺾인 시점부터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K리그1에서 승점 1점 차를 유지하며 치열한 1~2위 경쟁을 펼치는 중인 울산과 전북의 오른쪽 풀백 김태환과 이용이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가는 최종예선 중 가장 어려운 경기가 될 전망인 이란 원정에 나서기에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글=한만성
자료=OPTA
사진=LAFC, Ge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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