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주열의 '靑.春일기'] '문재인 게임' 패러디로 본 씁쓸한 현실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부동산', '거리두기', '증세'…풍자에 담긴 암울한 현실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방영되는 전 세계 83개 국가 중 78개 나라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개국에선 2위입니다. 세계적인 흥행 기류에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지금 추이로는 비영어권 넷플릭스 작품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이며,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콘텐츠 중 인기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빚에 쫓기거나, 목돈이 절실한 456명의 사람들이 456억 원의 상금을 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오징어 게임이 인기를 얻자, 패러디물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문재인 정권의 국정운영을 풍자한 '문재인 게임'도 있습니다. 최근 한 종편 방송 뉴스에도 문재인 게임이 다뤄진 것을 보고 해당 영상을 직접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게임에는 단순한 풍자로 치부하고 넘기기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이 녹아있었습니다.
문재인 게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강제적인 영업시간 제한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폐업,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헬스장 관장·음식점 사장 등이 탈락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오징어 게임에 탈락은 곧 죽음입니다. 현실에서도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전국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자영업자는 20여 명이 훌쩍 넘습니다.
국민 하위 88%에게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한 5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풍자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드라마에선 '한 끼 식사') 12%의 국민에게 김부겸 국무총리는 "25만 원 대신 '자부심'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기준에 대한 논란 등이 일자 당·정은 이의신청을 받으면서 수습에 나섰는데, 고무줄 지급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풍자한 대목에선 문 대통령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주머니에 있다"는 과거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정부의 말만 믿은 무주택자, 세입자들이 정부 정책에 반해 아파트를 매입한 이들에 비해 상대적 '벼락 거지'가 된 사연을 꼬집습니다. 문재인 정부 4년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두 배가량 올랐고, 서울 인근 지역도 비슷한 상승률을 보인 것이 많습니다. 이에 부동산은 문재인 정권도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증세, 갈라치기(정규직과 비정규직, 보수단체와 민주노총 집회 대응), 물가 인상 등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도 담겨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화제를 모으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시청한 뒤 관전평을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 지사는 오징어 게임의 가장 가슴 시린 장면에 대해 "자신의 목숨과 456억 원을 맞바꾸는 '데스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라며 "지략과 눈치, 운이 겹치면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생기는 오징어 게임에 비해 현실에는 작은 희망조차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우리의 현실이 겹쳐 보인다"라며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만 보장하는 시스템이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그래도 부모의 재력에 따라 내 미래가 결정되는 신분제적인 현실보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기에 '있는 룰만이라도 제대로 지켜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저도 그랬지만 많은 분이 '나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고 선언한 주인공의 명대사가 뇌리에 남는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장기판 위 말이 아니라 존엄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 공정은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강조한 키워드입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문재인과 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게임을 보면서 지켜지지 않은 약속, 실패한 정책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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