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K-뷰티가 어쩌다..中쇼핑몰 명당에 놓여도 안 산다

오정은 기자, 김지산 기자 2021. 10.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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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中여성들의 변심..K-뷰티 누른 무서운 C-뷰티 (上)

[편집자주] 세계 최대의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중국산 화장품 브랜드 C-뷰티의 성장세가 무섭다. C-뷰티는 애국 마케팅과 K-뷰티의 기술력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했다. 중저가에선 C-뷰티에 밀리고 고가에선 로레알, 에스티로더에 밀리며 K-뷰티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한령과 코로나19, 공동부유까지 격변하는 중국 시장에서 K-뷰티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생존전략을 모색해본다.

"싸구려,짝퉁" 무시했던 中화장품, 이젠 대세…K-뷰티의 추락
중국의 퍼스트레이디 펑리위안의 화장품 바이췌링(Pechoin, 百雀羚), 설립 4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한 퍼펙트 다이어리, 중국판 '에뛰드하우스' Judydoll 그리고 '중국의 시세이도' 쯔란탕(Chando, 自然堂)까지…원료도 성분도 불분명한 '짝퉁 화장품'이라 무시했던 중국 화장품 브랜드가 연 100%에 달하는 무서운 성장률로 K-뷰티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 속 이미지 출처=중국 색조화장품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

'세계 최대의 화장품 격전지' 중국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K-뷰티가 무섭게 성장한 C-뷰티에 밀려 추락하고 있다. 한국이 무시했던 C-뷰티 브랜드는 2016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 이후 궈훠(중국산) 열풍에 힘입어 초고속으로 성장했고 애국심과 자부심으로 무장한 중국 Z세대를 사로잡으며 현지 화장품 시장서 돌풍을 일으켰다.

◆"K-뷰티 좋다" 옛말, '국뽕' 앞세운 무서운 C-뷰티의 약진

중국 뷰티시장을 8년째 분석해온 정대현 닷츠크리에이티브(DOTS creative) 대표는 "2016년 이후 등장한 Judydoll, 퍼펙트다이어리 등 신생 중국 브랜드가 중저가 시장에서 가성비와 아이디어를 앞세워 성장하면서 K-뷰티 브랜드를 대체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CHERMORE(至本), 화시즈(花西子) 등 신생 브랜드가 타오바오 즈보(直播·라이브방송) 등을 발판삼아 성장하면서 중국 Z세대를 사로잡았다"고 말한다.

이어 "C-뷰티의 공세 속 중저가 K-뷰티 브랜드숍은 중국 내 입지를 상실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는 지난 3월 중국 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K-뷰티가 중국에서 입지를 잃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13%를 차지해 미국(18%)에 이어 세계 2위다. 하지만 1인당 화장품 지출 금액은 연 50달러 수준으로 미국(연 282달러) 대비 낮아 잠재력이 매우 크다. 중국 시장은 로레알 등 외국계가 장악했으나 최근 3년간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점유율 추격이 매섭다. 스킨케어에서 바이췌링, 쯔란탕, 칸스 등이, 색조에서 퍼펙트다이어리가 티몰 등 온라인 채널을 타고 고속 성장 중이다.

30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K-뷰티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위권 내에 로레알, 에스티로더 등 글로벌 브랜드가 8개, C-뷰티 브랜드인 바이췌링과 자연당이 각각 4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K-뷰티 브랜드 중에는 LG생활건강의 후가 14위, 이니스프리가 17위로 모두 10위권 밖이다.

(왼쪽) 중국 토종 1위 스킨케어 브랜드 바이췌링 (오른쪽) 시세이도를 본따 만든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 '자연당'

바이췌링, 자연당, 퍼펙트다이어리 모두 한국에서 생소한 브랜드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중국에서 화장품 돌풍을 일으키며 무섭게 성장했다. 2016년 이전까지는 중국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는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한한령 이후 K-뷰티와 한류가 영향력을 빠르게 상실하자 중국 현지에서 궈훠의 열풍이 불며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샌드위치된 K-뷰티…화장품 수출 세계 3위의 '그림자'

중국 화장품 시장의 고성장으로 대중국 화장품 수출이 늘었지만 중국 내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스킨케어 화장품 국가별 수입규모는 2018년 한국이 1위(25억4100만 달러)로 수입 증가율 72.1%에 달했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이 29억6400만 달러로 한국을 누르고 수입국 1위로 등극했고 2020년 한국은 3위로 밀려났다. 특히 2020년 수입증가율이 일본과 프랑스가 각각 38.6%, 48.8%를 기록했는데 한국 화장품은 7.6%에 그쳤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2018년까지 중국에서 K-뷰티가 수입 1위 브랜드 자리를 유지했으나 이후 유럽과 일본 브랜드에 점점 밀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한한령 이전부터 화장품 산업 발전을 위해 K-뷰티의 기술력을 도입하고 연구원을 영입하는 등 화장품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고 분석했다.

중저가 시장에서 C-뷰티에 밀린 K-뷰티는 고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로레알, 에스티로더, 시세이도 등 글로벌 브랜드에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정대현 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은 K-뷰티 브랜드는 설화수, 후 등 중고가 브랜드가 대다수이고 중저가 브랜드는 철수하는 분위기"라며 "K-뷰티 브랜드는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밀리고, 고가 시장에서는 유럽의 럭셔리 브랜드 랑콤, 라메르나 기술력을 인정받는 일본의 시세이도 등에 밀리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르포]"언제적 K-뷰티? 그 돈이면 국산 살래" 中쇼핑몰 풍경
인디고 쇼핑몰 내 세포라 매장 /사진=인디고
베이징시 동북 지역 차오양(朝陽)구 주셴차오(酒仙橋)로에 위치한 복합 쇼핑몰 인디고. 중국 내 유행 1번지로 통하는 몇 곳 중 하나다. 총면적 17만6000㎡ 공간에 상점은 물론 369개 객실 호텔과 CJ CGV까지 갖췄다. 젊은 층을 비롯한 가족 단위 쇼핑객이 즐겨 찾는다.

'세포라'는 세계 1위 화장품 매장답게 인디고 1층 서쪽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검은 색과 흰 색이 조화롭게 꾸며진 매장 입구에서부터 세련미가 넘친다. 매장에 들어선 기자는 종업원에게 한국 화장품 구역을 물었다.

직원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더니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설화수다. 매대는 매장 입구를 바라보고 있다. 좋은 위치다. 설화수 매대 앞에는 라네즈, 아이오페가 자리 잡았다. 아이오페 밑에는 얼마 전까지 한국 브랜드였던 닥터 자르트가 작게나마 제품을 전시했다.

한국인 밀집 지역인 왕징과 인접한 데다 인디고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핫 플레이스'라 한국산 화장품 호응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였다.

인디고 세포라 내 설화수 진열대/사진=김지산 기자
인디고 세포라 내 라네즈, 아이오페 진열대/사진=김지산 기자

여성 종업원 스잉잉(史影影)씨는 "고가 상품들은 서구권 브랜드 중심으로 많이 팔린다"며 "한국 제품을 일부러 사겠다는 고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브랜드에 호감을 느끼는 고객은 여전히 많지만 그나마 팔리는 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라네즈 정도"라고 덧붙였다.

실제 소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마침 매장을 방문한 여성 고객 왕쥐안(王娟, 30대)씨는 "한국 화장품을 애용했는데 중국 화장품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이왕이면 값싼 국산(중국산) 제품으로 갈아 탔다"며 "한국 제품 가격이 지금보다 좀 내려가면 다시 살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그러면서 "한국산 브랜드가 고가의 서구 브랜드와 저가인 중국 브랜드 중간에서 서구쪽에 가까웠는데 이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너무 비싸다"고 손사래를 쳤다.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낮아진 위상은 숫자로 확인된다. 중국 관세청격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화장품 수입 금액 기준 2019년 23.0%였던 한국 화장품 비중은 지난해 18.8%로 급감했다. 한국과 함께 수입품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과 프랑스는 같은 기간 각각 23.7%→24.8%, 21.6%→22.4%로 늘었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 화장품들은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중국 내 화장품 기업 톱10 중 한 개도 없었던 중국은 지난해(2020년) 샹메이(7위), 바이췌링(9위), 체란(10위) 등 3개 기업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아모레퍼시픽(6위)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로컬 브랜드의 성장 보폭은 커지는 양상이다.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몰 티몰의 6월 브랜드별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을 보면 완메이 40.7%, 춘지 50.3%, 롄훠 175.5%, 룬바이옌 126.0% 등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한국 제품은 -89.3%, -19.2%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소비 패턴도 이런 흐름을 재촉한다. 가격 비교와 이용 후기 등을 참조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게 되면 가성비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CCID 컨설팅(賽迪顧問)에 따르면 2016년 21.6%이던 온라인 판매 비중이 2019년에는 30.0%로 증가했다. 이 기간 주력 판매채널이던 대형마트 비중은 26.8%에서 22.0%로 줄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왕징 유명 쇼핑몰 카이더몰(凱德mall) 내 세포라 매장은 최근 점포 이전을 위해 문을 닫았다. 세포라는 카이더몰 안에서 자리를 옮길 예정인데 새 매장 규모는 기존의 절반 정도다.

중국 매체 '화장품금융'은 "중국 소비자들이 제품 안전성과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등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짝퉁까지 범람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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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김지산 기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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