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본주의자'의 도전..생산자도, 소비자도 웃는다

김제(전북)=정혁수 기자 2021. 10. 1.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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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오전 전남 김제시 용지면에 위치한 '행복농장'(대표 이제철·49). 여느 농장과 다르다 싶은게 입구에서 부터 "꼬끼오"하는 수탉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수 십만, 수 백만 수의 닭을 키우는 대형농장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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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철 행복농장 대표는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산란계 88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다른 대형 농장은 닭은 케이지(Cage)에 가둬 집단으로 사육하지만, 이 곳에서는 닭들을 자유롭게 방사해 키우고 있다. 행복농장은 2016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사진=정혁수

"케이지(cage·새장) 안에서 크는 닭은 사료나 물을 찾으려는 능동적인 행동이 없고, 수면이나 산란 또한 별도의 고려없이 진행된다. 이에 반해 자연방사 또는 동물복지사에서 자라는 닭은 동물 본연의 욕구에 따라 성장하기 때문에 외견상 같아 보여도 '같은 닭'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달 27일 오전 전남 김제시 용지면에 위치한 '행복농장'(대표 이제철·49). 여느 농장과 다르다 싶은게 입구에서 부터 "꼬끼오"하는 수탉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수 십만, 수 백만 수의 닭을 키우는 대형농장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은 계란을 생산하는 기계'란 말처럼 이들에겐 활동의 자유도, 목청껏 울어대는 자유도 허용되지 않기 떄문이다.

이 대표는 부모때 부터 양계에 종사해 온 후계농이다. "무엇보다 닭들이 건강해야 좋은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닭들이 행복한 농장환경을 만들어 2016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는 닭들의 생육습성을 이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닭의 입장에서 어떤걸 해 줬을 때 본능을 발휘하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을 수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 가축의 본래 습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철 행복농장 대표는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산란계 88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다른 대형 농장은 닭은 케이지(Cage)에 가둬 집단으로 사육하지만, 이 곳에서는 닭들을 자유롭게 방사해 키우고 있다. 행복농장은 2016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사진=정혁수
이제철 행복농장 대표는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산란계 88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다른 대형 농장은 닭은 케이지(Cage)에 가둬 집단으로 사육하지만, 이 곳에서는 닭들을 자유롭게 방사해 키우고 있다. 행복농장은 2016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사진=정혁수

'닭본주의자' 이 대표의 말처럼 행복농장 닭들은 거침없이 울어댔고, 횃대를 둥지삼아 뛰어내리는가 하면 다시 날아오르기도 했다. 닭들은 횃대에서 수면을 취함으로써 유사시 위험요소를 회피하는 욕구를 충족하는가 하면, 이를 반복함으로써 골격을 튼튼하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횃대에서 사육된 닭은 그렇지 않은 닭에 비해 다리뼈가 2mm 정도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동물복지농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 닭에도 그 만의 품격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닭은 닭의 본능이 제한된 상태에서 키워지기 때문에 닭의 품격을 찾기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닭의 본능을 고려한 행복농장 양계장은 다른 농장보다 여러 면에서 차별화 된다.

무엇보다 행복농장 닭들은 자연방사로 사육되고 있다. 아침이 되면 닭들이 자유롭게 농장을 돌아 다닌다. 자연속에서 먹을 것을 찾고, 뛰고, 날고, 흙도 파게 내버려 둔다. 잠시 나무에 올라가 쉬는 모습을 보다보면 닭이 원래 '조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동물복지사 내에도 케이지는 찾아볼 수 없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우연히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우리 농장 계란을 찾는 분들이 많은 데 그분들 얘기가 '신선하고 맛있다'는 거예요. 온라인 직거래 하신 분들도 '건강해지는 느낌' 같은 댓글을 많이 써 주세요. 닭 키우는 입장에서는 그만한 칭찬이 없죠"

김정욱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코로나19(COVID-19) 상황을 격으면서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데 이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바로 동물복지농장"이라며 "동물복지가 축산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지만 더 안전하고, 건강한 축산물의 생산·소비를 위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적 흐름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산란계 농장의 경우, 지난 8월까지 177개 농가가 인증을 받았다. 동물복지농장 인증 심사에서는 △사육밀도 △사료급이 및 급이 형태 △횃대 △깔짚 △조명 △부리다듬기 등의 시설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제철 행복농장 대표는 전북 김제시 용지면에서 산란계 880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다른 대형 농장은 닭은 케이지(Cage)에 가둬 집단으로 사육하지만, 이 곳에서는 닭들을 자유롭게 방사해 키우고 있다. 행복농장은 2016년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사진=정혁수

유럽 등 선진농업국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는 동물복지 축산물 가격은 일반 축산물보다 4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수요는 끊이질 않는다. 소비자들의 요구조건도 엄격해 같은 동물복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이라 하더라도 충족 기준에 따라 4단계로 나뉘기도 한다.

동물복지인증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눈에 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그 비용의 일부를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계란·닭·돼지고기 등 양질의 축산물을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려면 비용이라는 '의무'도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헌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질병관리부장은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은 국민건강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자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소비의 기회를, 생산자에게는 지속가능한 축산기반을 만들어 가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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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전북)=정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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