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삶의 질이 낮아지더라도 탄소중립 비용 감수" 15% 불과
정부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 국민 여론을 반영하겠다며 출범한 ‘탄소중립 시민회의’ 참가자의 84%는 현재 삶의 질을 유지하는 선에서 탄소중립 비용을 감수할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지난 8월 500여명으로 구성한 시민회의는 9월 11~12일 ‘시민대토론회’를 끝으로 두 달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이 30일 탄중위에게서 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비용이나 불편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삶의 질이 낮아지지 않는 수준에서’라는 답변이 45.8%로 가장 많았고 ‘나와 내 가족이 혜택받는 만큼’(35.8%)이 뒤를 이었다. ‘비용과 불편을 부담할 의사가 없다’(2.1%) 답변까지 포함하면 응답자의 83.7%가 비용 부담을 주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삶의 질이 낮아지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는 답변은 15.4%에 그쳤다.
탄중위 설문조사에는 신·재생에너지의 급격한 확대 등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문항이 상당수 차지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99%가 찬성했고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도 94.3%로 나타났다. ‘단계적 탈원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76.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나 급격한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다루거나,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전력 구성 비율을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등에 대해선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탄중위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에만 최대 1248조원이 드는 것으로 파악했으면서도 이런 정보는 시민회의 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탄소중립 이행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히 재생에너지 확대 찬반 여부만 물은 것이다.
윤두현 의원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지가 관건인데, 정작 핵심 쟁점인 비용과 부작용은 뺀 채 원론적인 문항으로만 구성했다”며 “이번 조사만 보면 시민 대다수가 ‘탈원전 탄소중립’에 찬성하는 것처럼 잘못 비칠 수 있다”고 했다. 탄중위 측은 이에 대해 “설문 문항은 시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했다”고 했다.
◇”탄중위는 답·정·위냐”… 내부 비판도
탄중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내부 게시판에 탄중위 운영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한 참가자는 “교육 자료와 전문가 강연에서 현재 탄소중립 기술의 한계와 부작용을 다루지 않고 있다”며 “시민 500인을 사실상 ‘답이 정해진’ 탄중위에 참여시킴으로써 탈원전이나 태양광·풍력 전환 정책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면 반대하는 입장임을 밝힌다”고 했다.
시민들은 내부게시판에서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등 아직 실증되지 않은 신기술이 사용 불가능할 경우 대안은 있는지’ ‘미세 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이 0인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등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허점을 지적했지만 “(위원회 활동이 곧 종료되는데도) 아직까지 많은 질문에 답이 달리지 않은 채 미결로 남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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