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사주' 공수처 이첩.. 윤석열측 "제보사주도 수사해야"

이정구 기자 2021. 10.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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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뚜렷한 결론 없이 보름만에 공수처로 넘겨

이른바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이 30일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며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같은 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은 ‘제보 사주 의혹’의 고발인으로 공수처에 출석하면서 “박지원 국정원장과 조성은씨의 공모 정황이 드러난 만큼 조속히 입건하고 철저히 수사돼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조씨가 ‘고발 사주 의혹’을 인터넷 매체에 제보한 시점을 전후해 박 원장을 만난 것에 대해 ‘제보 사주’ 의혹을 제기해 왔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사주 의혹 관련 고발장 작성자로 거론되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지난달 16일 오전 대구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1부(부장 최창민)는 사건 이첩 사실을 밝히면서 기자들에게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이는 당장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 여권 인사 고발장을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손준성 보냄’ 자동 생성 문구가 붙은 채 조성은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의 텔레그램 방에서 내려받은 고발장 이미지 파일이 조작되지 않은 걸 확인한 것이지, 손 검사가 실제 고발장을 작성했는지는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그 파일이 ‘손 검사김웅 의원조성은씨’ 순서로 전달됐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또 작년 4월 초 수사정보정책관실 직원이 관련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은 파악했지만 그게 손 검사 지시에 의한 것인지도 밝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가 현재 드러난 사실관계로는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수사 결과는 당초 이날 ‘이첩’ 보도자료에 추가 설명자료 형태로 작성됐는데 최종 발표 자료에는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공표 자료에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했다’는 문구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공지 내용을 뒤늦게 알고 당혹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들, 윤석열 부친 옛집 현장조사 -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진성준·장경태(왼쪽부터) 의원이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이 거주하던 주택을‘현장 조사’명목으로 둘러보고 있다. 이 집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누나가 2019년 구입했다. 이들은“이 거래의 이면에 어떤 흑막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런 내용이 알려진 뒤 검찰 안팎에선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실 여부가 확인됐다면 직접 입건하거나 최소한 혐의를 명시해서 이첩해야 하는데 뭉뚱그려서 뭔가 의혹이 있는 것처럼 한 것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손 검사도 이날 오후 낸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에서 저의 관여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하며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존에 수차 밝힌 바와 같이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공수처 이첩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 9월 13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아내 김건희씨, 손 검사, 한동훈 검사장 등을 대검에 고소했고 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이 사건을 다음 날 즉각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은 작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근무했던 검사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수사에 속도를 냈다. 그런 검찰이 약 보름 만에 뚜렷한 결론 없이 사건을 공수처에 넘긴 것이다.

이른바‘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30일 국민의힘 의원 6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도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시스

당초 수사팀은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입증에 주력해 왔다. 그런데 검찰은 최강욱 대표 등이 고소한 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등 5개 혐의를 분리하지 않고 통째로 공수처로 넘겼다. 이를 두고는 “검찰도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한편,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 박지원 국정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윤 전 총장 측의 최지우 변호사는 “’제보 사주’ 공모 정황이 드러났으니 조속히 입건해 수사하는 게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수사”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고발인 조사를 마친 뒤 박 원장이 고발된 사건들의 입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도 이날 검찰이 ‘고발 사주 의혹’을 공수처에 이첩한 것을 두고 “(검찰이 혐의를) 발견했으면 자기들이 기소하면 되지 왜 공수처에 넘기나”라며 “아마 장시간 (수사를) 했는데, 처음부터 나온 막연한 정황을 아마 (수사에서) 손을 터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한 것 아니겠나. 저는 크게 의미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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