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2억 신고한 유동규.. "카드 잘 안쓰고 유흥주점서 현금 뿌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인허가에 개입했던 일부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들 씀씀이가 달라졌었다는 내부 증언이 30일 나왔다. 이들이 돌연 뭉칫돈을 쓰거나 외제차를 타고 다닌 모습이 여러 직원에게 목격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거액의 로비 자금이 도시개발공사 측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수사하기 위해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 자택 등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본지가 이날 접촉한 복수(複數)의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은 유동규씨가 유독 현금 계산을 고집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는 되도록 쓰지 않고 주로 현금으로 결제했다는 것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유씨는 스크린 골프를 즐겼고, 분당 일대 유흥주점에도 자주 드나들었다”면서 “호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서 여종업원들에게 펑펑 뿌리는 광경도 봤다”고 했다.
회식 자리에 동석한 직원들은 돈 잘 쓰는 ‘화끈한 사람’으로 유씨를 기억했다. 회식이 길어지자 유씨가 도시개발공사 간부들에게 “대리 기사비로 쓰라”면서 현금을 돌리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공사 관계자는 “신용카드로 계산하고 연말공제로 조금이나마 환급받는 월급쟁이들과는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았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유 본부장이 집 안에 현금을 쌓아놓고 산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 유씨가 신고한 재산은 2억165만원이 전부다. 무주택자로 아파트 전세 임차권 4억2000만원, 현금 1000만원, 예금 7780만원, 2013년식 그랜저 차량을 소유했다. 금융권 채무는 3억1845만원이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연봉이 1억4500만원 안팎인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재산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대장동 사업 인허가 과정에 관여했던 또 다른 도시개발공사 현직 간부 A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던 시기에 차량을 외제차로 바꿔 구설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와 같은 곳에서 근무하던 동료 직원들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해 “저렇게 티를 내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유동규씨는 화천대유가 자산관리사(AMC)로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였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모씨가 1년가량 재임하고 스스로 물러나자 실권자인 유씨가 대장동 개발 계획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2018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을 때 공적 조서에 ‘대장동 개발’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밝혔다.
검찰은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 등에서 10억원대 로비 자금이 쓰인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이날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2008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 아파트단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으면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4년 성남시장 선거 때 돌연 사임했다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복귀했다. 사실상 내정자가 정해진 듯한 재임용 과정에 대해 같은 해 10월 성남시의회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유씨만을 위한 자리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엔 경기관광공사 사장(2018년 10월~2021년 1월)을 지냈다. 올해 초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자 평가 업무를 맡았던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판교역 부근에 부동산개발업체 유원홀딩스를 설립했다. 사정 당국은 유원홀딩스가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천화동인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사업상 연결돼 있다는 의혹도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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