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정치권부터 지방의회까지.. 로비 대상자 실명·금액 거론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대장동 사업으로 수천억 원 이득을 본 화천대유의 ‘정·관·법조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과 한 대화를 녹음한 천화동인 5호(화천대유 관계사)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관련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사건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30일 “제가 본 사설 정보지 내용은 (곽상도 의원 등) 4명이 포함된 명단”이라며 “법조계 인사 중에서 언급된 인물들, 민주당과 친분이 있었던, 이재명 경기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도 있었다”고 했다. 화천대유가 50억원 지급을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을 언급하면서 여권도 겨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정영학씨가 제출한 다수의 녹취록과 관련 첩보 내용을 확인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과 관련 첩보에는 화천대유 지분 상당 부분에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취지의 대화와 함께, 로비 대상과 금액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그 총액은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과 관련 첩보에는 정·관계, 법조계 인사 등 로비 대상자로 추정되는 인사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고 한다. 성남시의회라든가 ‘30억원’ ‘20억원’ 같은 금액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 시행을 주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감사·감독 권한이 있는 시의회 등에 대한 로비 가능성을 검찰이 수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장동 사업 관련 첩보에는 ‘50억원 클럽’ 관련 내용도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을 지낸 법조인들이 거론됐는데 그중에는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이름도 오르내렸다고 한다. 곽 의원 아들은 화천대유에서 일하다가 올 3월 퇴직하면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의원과 화천대유 측은 곽씨가 이명과 어지럼증을 이유로 퇴사하며 일종의 산업재해 보상금 명목일 뿐 로비와는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50억 클럽’에서 거론된 일부 다른 인사도 화천대유와 얽혀 경제적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정씨 녹취록과 관련 첩보의 사실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도 그 때문으로 전해졌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관련자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계획했거나 시도했을 가능성을 추정케 하는 정황도 있다. 대장동 사업의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 지분 ‘50%+1주’를 갖고 참여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도 10억여 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시행사인 화천대유의 사업 파트너인 동시에, 사업자 평가·선정을 담당했기 때문에 로비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수억 원씩 나눈 뭉칫돈을 전달하기 전에 사진으로 찍어놨고 정씨는 이 사진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화천대유 법인 자금이 김만배씨 등의 개인 계좌로 이체된 뒤 현금·수표 등으로 빠져나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그렇게 빠져나가 사용처가 소명되지 않는 자금의 규모가 8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배씨는 모두 사업비로 사용했다고 했지만 일각에선 정치권으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천대유 자금 중 수억 원이 작년에 현금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같은 수상한 자금 흐름은 금융정보분석원(FIU)도 포착해 작년 4월 관련 금융 자료를 경찰로 넘겼지만, 경찰은 최근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고 나서야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인들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소유자들 배당금만 4000억원이 넘고 관련 첩보가 정치권에 퍼져 있어 검찰 수사가 녹취록 내용에 한정돼 꼬리 자르기 식으로 진행된다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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