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병과 여종업원.. 가정집 급습해보니 '룸살롱' 펼쳐졌다
지난 25일 0시 15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주택가의 한 빌라에 경찰이 들이닥쳤다. “이웃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고, 젊은 사람들이 계속 들락날락한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범죄 가능성을 의심한 경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빌라 1층의 한 집에 들어서자, 가정집이 아닌 ‘룸살롱’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닥엔 장판 대신 밝은색 타일이 깔려 있었고, 집 안 곳곳엔 양주병과 음료수 캔이 수북하게 담긴 마대가 보였다. 방문을 열자 대리석 탁자와 벨벳 재질 소파가 놓여 있었다. 술을 마시던 손님과 여종업원들은 경찰에게 “우리는 친구 사이”라고 주장했지만, 모두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정집 방문이 좁다 보니 룸살롱에서 쓰는 것보다 조금 작은 가구들을 배치했을 뿐 전형적인 룸살롱 인테리어였다”며 “한 빌라에 여러 집을 개조해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실제로 이 빌라 1~2층엔 이 같은 ‘가정집 룸살롱’이 집 3곳에 차려져 있었다. 이들은 담배 냄새 때문에 이웃 신고를 당할까봐, 각 화장실마다 ‘흡연 금지. 방에서만 피우시오’란 문구를 붙여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붙잡은 업주 김모씨와 종업원 2명, 여성 접객원 7명, 손님 12명을 식품위생법·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수도권 내 유흥시설 집합금지가 계속되자, 경찰 단속을 피해 불법 영업을 하는 변형 유흥업소가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다. 간판 불을 끄고 문을 잠근 채 몰래 영업하거나, 단골손님을 상대로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예 단속이 느슨한 주택가나 숙박업소에 ‘임시 유흥업소’를 차려놓고 불법 영업을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단독주택에서도 이 같은 ‘원룸 룸살롱’이 적발돼 손님, 접객원, 업주 등 17명이 입건됐다. 지난 4월엔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모텔 1개 층을 통째로 빌려 단골손님 위주로 룸살롱 형태의 영업을 하던 업주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단속을 피해 주택가 등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변형 유흥업소는 단속이 까다롭다. 문만 닫으면 평범한 가정집처럼 보여 적발이 쉽지 않은 데다, ‘노래방 기기’ 등 가무(歌舞) 시설을 차려놓지 않는 등 전형적인 유흥주점 모습과 달라 “저희 친구 사이예요”라고 주장하면 실제 지인인지, 손님과 접객원 사이인지 파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수일간 첩보 수집과 112 신고 분석, 주변 탐문 등의 과정을 거친 뒤 현장을 급습한다. 서울 강남서 관계자는 “룸살롱 영업이 의심되는 주택이 있으면 인근에서 수일간 잠복근무를 하다가 경찰 단속 감시조인 이른바 ‘문빵’ 직원과 손님을 확인하고 나서 현장을 급습한다”고 했다.
경찰은 코로나로 집회·시위가 줄어들자 남는 경력(警力)을 불법 유흥업소 단속을 위한 순찰 업무로 돌려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서울 강남 일대 유흥가 밀집 지역에 경찰 기동대를 투입했다. 경찰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경찰관 3만8235명을 투입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전국 8만6521곳의 유흥시설을 점검한 결과, 불법 행위 956건을 적발하고 6753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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