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동규가 던진 폰 못 찾아.. 법조계 "압수수색 ABC도 몰라"

권순완 기자 2021. 10.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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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

검찰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용인시 기흥구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압수수색 팀이 허탕을 치고 돌아온 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서울 잠실에서 잡히기도 했다고 한다.

통상 수사 대상자의 휴대전화는 그 사람의 행적과 다른 관련자들과의 공모 관계를 밝히는 데 중요한 물증이 된다. 검찰의 허술한 대비로 결정적 수사 단서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전 8시쯤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들은 압수수색을 위해 경기 용인시에 있는 유 전 본부장 자택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약 20분 뒤 현관문이 열렸고 검찰 수사관들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 전 본부장은 이때 창문을 열고 본인의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관들은 휴대전화가 나오지 않자 사다리를 이용해 방 천장을 살피기도 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밖으로 던졌다고 전해 듣고 건물 밖으로 나와 인근 도로를 수색했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 자택 건물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이 주워갔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누군가가 가져갔는지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아직 이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 대장동 개발의 사업자 선정과 수익 배분 구조 등 기본적인 사업 계획 수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검찰이 이미 다른 핵심 인물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확보했기 때문에,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관련 의혹을 밝히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다. 유 전 본부장은 압수수색 하루 뒤인 이날 오후 자택에서 나오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휴대전화를 던진 건) 좀 사연이 있다.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증거인멸을 위해서가 아니라) 술 먹고 집어던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검찰의 허술한 대비로 핵심 증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인의 휴대전화는 그 인물의 일거수일투족을 잡아낼 수 있는 핵심 증거라 가장 중요한 압수수색 대상인데, 그 정도의 돌발 행동도 막지 못했다는 건 ‘압수수색의 ABC’도 몰랐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압수 대상을 놓친 것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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