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판결 전후.. 김만배, 권순일 8차례 찾아갔다

표태준 기자 2021. 10.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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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판결할 때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이 판결 선고 직전과 직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수차례 만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머니투데이 법조 기자 출신인 김씨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작년 9월 퇴임한 권 전 대법관은 그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월 1500만원씩 고문료를 받았다.

권순일(왼쪽) 전 대법관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원 출입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작년 8월 21일까지 8차례에 걸쳐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것으로 나온다. 김씨는 당시 기자 신분이었다. 특히 이 지사 사건은 작년 6월 15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는데, 김씨는 그다음 날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틀 뒤인 작년 6월 18일 대법관들은 전원합의체 첫 심리를 열고 이 지사 사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김씨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회부되기 전인 작년 3월 5일, 5월 8일과 26일, 6월 9일에도 권 전 대법관을 방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019년 2월 법조팀장에서 부국장 겸 법조 선임기자로 발령되면서 대법원 기자실을 떠났는데, 그 이후에도 10여 차례 대법원 청사를 방문한 적은 있다”며 “방문 목적은 대부분 대법원 내에 근무하는 후배 법조 기자를 만나거나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고, 권순일 당시 대법관은 인사차 3~4차례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재판에 관련한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출입신고서에 후배 법조 기자 이름을 적으면 그가 출입구까지 나를 데리러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통상 누군가 대법관실을 방문할 경우엔 경비들이 대법관 비서실에 연락해 선약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김씨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사 선거법 위반 사건은 2019년 10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배당된 직후 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유죄 선고’ 취지로 검토 보고서를 올렸으나, 작년 6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사건이 넘어간 뒤 ‘이재명 무죄’ 추가 검토 보고서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원 관계자는 “권순일 대법관이 전원합의체 논의 과정에서 3~4가지 이재명 무죄 논리를 펴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친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돼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대선 출마가 불투명했던 이 지사는 작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7대5 의견으로 무죄 판단을 받으며 기사회생했다. 그 과정에서 권 전 대법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고 복수의 대법원 관계자는 전했다. 당시 대법원은 무죄 이유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진 ‘숨 쉴 공간’ 논리는 권 전 대법관이 특히 강조한 표현이라고 한다.

대법원 출입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지사 사건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낸 다음 날인 작년 7월 17일에도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한 달 뒤인 작년 8월 21일에도 권 전 대법관을 찾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두 차례 권 전 대법관을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출입 기록에는 그가 작년 8월 5일에도 권 전 대법관인지가 불명확한 ‘대법관실’을 방문한 것으로 적혀 있다.

권 전 대법관은 최근 자신이 이 지사 사건에서 무죄 의견을 낸 것에 대해 “전원합의체 논의 초기에 내 (무죄) 의견은 소수의견이었는데 이후 다른 대법관들이 여기에 공감하면서 대법원 무죄 선고가 난 것일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최근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자, 사임 의사를 밝히고 그간 받은 고문료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혜 의원은 “김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이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이 지사 사건에는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한 내용도 포함돼 있는데 이해 관계자라 할 수 있는 화천대유 대주주를 대법관이 만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특검을 하루빨리 수용해 재판 거래 의혹을 밝히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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