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K항노화 산업’의 뿌리가 될 산양삼

함양/김준호 기자 2021. 10. 1.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남 함양

지난 25일 경남 함양군 상림공원 인근의 한 야산. ‘2021 함양 산삼 항노화 엑스포’의 삼 캐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도구를 들고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뿌리가 다치면 안 돼요. 살살 파야 합니다.” 직원의 안내에 사람들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얼마 지나지 않자 흙 속에서 ‘사람 인(人)’ 자 모양의 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서 “심 봤다” 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 25일‘2021 함양 산삼 항노화 엑스포’행사의 하나로 열린 삼 캐기 체험 현장. 곳곳에서“심봤다”외침이 들려왔다. 살살 긁어낸 흙 속에서 어른 손가락만 한 산양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 해발 1000m를 넘는 봉우리로 둘러싸인 경남 함양은 고소득 작물인 산양삼 재배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던 산을 디딤돌로 바꾸며‘치유의 고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김동환 기자

이들이 캔 삼은 5~6년 자란 산양삼(山養蔘). 과거 장뇌삼으로도 불린 재배 삼의 일종이다. 별도의 차양막이나 인공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산에 종자나 묘삼을 심어 키우기 때문에 자연 삼에 가깝다. 뿌리가 어른 손가락만 한 것 기준으로, 시중 가격은 2만~4만원 정도라고 한다.

며느리와 함께 체험에 나선 김맹조(74)씨는 “함양 삼이 유명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캐니 더 좋다”고 말했다. 김씨 등 참가자들이 산양삼을 캔 곳은 엑스포 체험을 위해 미리 묘삼을 심어둔 체험장이다. 실제로 체험장 밖, 함양을 둘러싼 산 곳곳에서 산양삼이 자란다. 함양에선 이 산양삼을 주제로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세계엑스포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악조건이지만 개막 이후 25만명의 방문객이 찾았다.

◇산간 오지가 산양삼 메카로

경남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둘러싸여 있다. 전체 면적 724㎢ 중 78%가 산이다. 해발 1000m를 넘는 봉우리가 15개나 된다. 인구는 3만8000여 명으로 경남 18개 시·군 중 의령(2만6000여명)과 산청(3만4500여명) 다음으로 적다. 산지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산업을 키우는 데 제약이 많았고,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활력을 잃었다. 함양은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던 산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선택했다. 산에서 키울 수 있는 고소득 작물인 산양삼 재배를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함양 산양삼

함양 산양삼은 누르스름한 색을 띤다. 해발 500m 이상 넘는 곳에서 자란 것만 캐기 때문에 크기는 작지만 대신 뿌리가 단단하고 향이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백색을 띠는 중국산과 구별된다. 함양군 산삼엑스포과 김창진 과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군청에 산삼과를 신설했고, 생산 이력제를 도입해 산양삼 재배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3년 8곳으로 시작한 재배 농가는 지난해 484곳으로 늘었다. 재배 면적은 같은 기간 20만6700㎡에서 여의도 면적의 2.5배가 넘는 741만5100㎡로 늘었다. 한 해 1억~2억원을 버는 부농(富農)도 나오고 있다.

◇항노화 산업으로 확산 기대

지난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는 함양을 ‘지리산 산양삼 산업특구’로 지정했다. 함양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리적 표시 등록’도 받았다. 함양 산양삼은 재배하는 1차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2차 산업인 제조업과 3차 산업인 서비스 분야까지 영역을 확장한 ‘6차 산업’(농촌 융복합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함양군에 따르면 전국 산양삼 가공 업체 46곳의 60%인 27곳이 함양에 있다. 함양 산양삼 산업특구에 입주한 ㈜함양산양삼 이종상(56) 대표는 “현재 환과 젤리형 스틱, 비타민, 마스크 팩, 화장품 등 20여 종의 다양한 가공 제품을 생산해 미국과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6억원의 매출을 올려, 최근 4년 새 매출이 13배로 뛰었다고 했다.

'2021 함양 산삼 항노화 엑스포' 주제관에 주류와 농축액 등 산삼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다. /김동환 기자

최근 쿠팡이 대규모 물류센터 조성을 진행하는 것도 호재다. 함양에선 이와 연계한 1700억원 규모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물류단지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는 세계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항노화 산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낙후된 서북부 산간 오지인 함양·산청·거창·합천군을 ‘한방 항노화 산업지구’로 지정해 경남을 이끌고 갈 50년 사업으로 판을 키우고 있다.

함양 산삼 항노화 엑스포는 우리나라 산삼의 가치를 조명하고, 산삼과 융합한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항노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김종순 엑스포 조직위 사무처장은 “학술회의를 통해 항노화 분야에서 산양삼 효능에 대한 국내외 연구 동향과 고부가가치 상품화 전략,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며 “산업교류관에 국내 유망기업을 유치해 판로 개척을 위한 일대일 컨설팅, 온라인 비대면 수출 상담회도 열었다”고 말했다.

함양군은 전액 국비로 조성하는 한국임업진흥원의 ‘산양삼 특화산업 진흥센터’를 통해 산양삼 품질 인증과 생산·가공을 체계화해 산양삼 도시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산삼 항노화 산지 유통센터도 구축해 전국 산양삼 유통의 중심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서춘수 함양군수는 “이번 엑스포는 항노화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는 자리”라며 “대봉산에 조성한 국내 최고 수준의 산악 레포츠 시설을 더해 함양을 치유와 휴양의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