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cm 깡마른 비현실 마네킹 퇴장.. 키 줄이고 허리는 굵게

성유진 기자 2021. 10.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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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이랜드 스파오, 키 161~173cm 평균 체형으로
스파오 코엑스점에 비치된 평균 체형 마네킹(가운데 두 마네킹) 모습. 일반 마네킹(양 끝 마네킹)보다 키는 더 작게, 허리둘레는 더 굵게 제작됐다. /이랜드

비현실적으로 크고 날씬한 마네킹이 ‘현실 몸매’로 바뀌고 있다. 이랜드 패션 브랜드 스파오가 다음 달 초부터 일부 매장에 선보일 마네킹은 남성 172.8㎝, 여성 160.9㎝의 아담한 크기로 만들었다. 한국 25~34세 남녀 평균 체형을 본뜬 것으로, 남성 190㎝, 여성 184㎝나 됐던 종전 마네킹보다 20㎝ 안팎씩 아담해졌다. 마네킹 허리 둘레도 현실 남녀의 체형을 반영해 남성은 2.3인치, 여성은 5.9인치 더 굵어졌다.

패션 업체 코오롱FnC는 지난 3월 우리나라 평균 체형 남성을 위한 브랜드를 내놓고 ‘현실 기장’ 바지를 선보였다. 시중에서 파는 바지보다 10㎝ 정도 기장이 짧아 옷을 사서 따로 수선할 필요가 없다. 올가을·겨울 나올 재킷 같은 상의류도 어깨 너비 등을 평균 체형에 맞춰 제작했다.

전 세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내 몸을 긍정하자’) 열풍이 패션 업계를 바꾸고 있다. 깡마른 모델을 따라 살을 빼고 코르셋을 입던 젊은 층이 화려하고 예쁜 옷 대신 편한 옷을 선호하면서 아담한 마네킹, 기장 수선이 필요 없는 바지, 와이어 없는 속옷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섹시함을 강조하던 유명 속옷 업체가 평범한 몸매의 모델을 내세우고 통통한 체형 여성을 위한 브랜드가 미 증시에 상장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건강과 자기 자신을 중시하는 MZ세대 등장과 코로나로 인한 ‘집콕’이 이런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미국에선 체형이 큰 여성을 위한 의류를 만드는 ‘토리드’가 지난 7월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이 회사는 ‘마네킹이 아니라 사람 몸에 맞춰 디자인한다’는 가치를 내세우며 지난해 매출 9억7350만달러(약 1조1526억원)를 올렸다. 섹시한 속옷 대명사였던 빅토리아 시크릿도 시장점유율이 2015년 32%에서 2020년 21%로 급락하자 변화를 선언했다. 마틴 워터스 CEO는 지난 2월 한 인터뷰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을 때 우리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지난 6월엔 난민 출신 모델, 통통한 모델 등 다양한 체형·인종의 모델을 발탁했다.

국내에서도 신세계인터내셔날 브랜드 자주의 여성용 사각 드로즈 제품이 올해 6월 처음으로 삼각 팬티 판매량을 넘어섰다. 화려한 속옷 대신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 여성용 사각 팬티 등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유럽 청소년 사이에선 올 초 스키니진(몸에 꽉 끼는 바지)을 버리거나 태워버리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운동이 벌어졌다. 이들은 몸을 옥죄는 청바지가 ‘엄마 시대’의 산물이라고 여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Z세대는 날씬함을 이뤄야 할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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