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주택 닮은 1211쪽 벽돌책
정상혁 기자 2021. 10. 1. 03:03
[이 한장의 책]
삶의 현장에 벽돌이 놓여 있다.
주거(住居)라는 생활의 메타포, 화가 정직성(45·본명 정혜정)씨는 최근 자신의 화업 24년을 종합하는 그림 600여 점을 한 권의 책에 수록했다. 그리고 ‘BRICK BOOK’이라 이름 붙였다. 무게 1.2㎏, 1211쪽짜리 이 붉은 벽돌책은 화가의 전작(全作)을 통해 화풍의 오랜 건축 과정을 보여준다.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로 그린 초상화·일러스트까지 포함했다”고 했다.
화가는 밀집한 연립주택이나 공사 현장 등 도시의 구조적 풍경을 그려내왔다. 지난 7월 서울 삼청동 페이지룸8에서 열린 개인전 ‘공사장 추상’도 그 하나다. 이 책은 당시 출품한 붉은 색조의 ‘연립주택’ 연작에서 착안했다. 다닥다닥 붙은 네모난 집은 자연히 그 안에서 비좁게 숨 쉬고 있을 사람의 현실을 생각하게 한다. 세 아이의 엄마, 정직성은 “개인사적 측면으로 작품의 변화를 지켜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은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데 “육아와 살림 탓에 시간이 너무 없을 때 그림이 추상화된다”는 것이다.
벽돌로 가늠하는 생애의 전용면적. 화가의 필명은 어느 날 빌리 조엘의 노래 ‘Honesty’를 듣다가 떠올린 것이다. 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림 앞에 정직하자는 단단한 다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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