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군종신부 카폰, 72년 만에 고향에 잠들다
1949년 12월 서른세 살의 천주교 신부 에밀 카폰이 군종 장교 파견지인 일본 요코하마로 가기 위해 고향 미국 캔자스주 시골 마을 필센을 떠났다. 이듬해 6·25전쟁이 터진 한국으로 건너간 그는 그해 11월 소속 부대가 평북 운산에서 적군의 공격을 받고 퇴각하던 중 부상을 입은 동료 병사를 돌보기 위해 자진해 포로로 잡혔다. 그는 중공군이 운영하는 벽동 포로수용소에서 동료 병사들을 돌보다 이듬해 5월 병으로 숨졌다.
그가 72년 만에 고향 땅에 잠들었다. 29일 오전 10시 30분(현지 시각) 캔자스주 최대 도시 위치토의 대형 공연장 하트먼 아레나에서 카폰 신부 장례 미사가 엄수됐다. 5500여 좌석은 사제와 군인, 학생, 일반 시민들이 가득 메웠고, 현지 지역 TV들은 생중계했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장례 미사는 군 의전과 천주교 의전을 혼합한 형태로 진행됐다. 그의 첫 소속 부대 미 육군 1 기갑여단 군인들이 운구했다. 장례 미사를 집전한 위치토 교구 칼 킴 주교는 “그는 인류애가 죽음보다 위대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오늘 여기 모인 것은 그의 삶을 조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안식을 얻게 해주기 위함”이라고 했다.
카폰 신부는 6·25 당시 최전선 참호에서 병사들을 위해 기도했고, 군용 차량을 제단 삼아서 예식을 집전했다. 목숨 걸고 동료 병사들을 구한 적도 있었다. 포로 수용소에서는 혹한과 학대로 쇠약해진 상황에서도 동료 병사들을 돌봤다. 이런 행적이 동료 군인들의 증언으로 알려지며 캔자스를 중심으로 천주교 성인 추대 운동까지 벌어졌다. 올해 카폰 신부와 관련한 낭보가 잇따라 들려왔다. 3월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은 하와이 국립묘지에서 70년 가까이 행방불명이던 카폰 신부 유해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7월에는 한국 정부에서 주는 태극무공훈장을 받아 한·미 양국에서 모두 최고등급무공훈장을 달았다. 캔자스주는 유해 발견 소식이 들려오자 지역사회가 합심해 귀향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25일 호놀룰루에서 항공편으로 도착한 유해는 고향 마을 필센의 성당에서 가족·친지·이웃들의 환영을 받은 뒤 위치토로 이동했다. 장례 미사가 열린 하트먼 아레나는 전날부터 철야 기도가 진행됐다. 장례 미사를 마친 카폰 신부의 관이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에 실려 안장지인 성모무염시태성당으로 향하는 길목마다 몰려나온 시민들이 도열했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추모에 동참했다. 앞서 미 연방 상원에서는 지난 3월 캔자스 지역구인 로저 마셜 의원이 발의한 카폰 신부 추모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었다.
민주당 소속인 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는 장례 전날인 29일을 ‘카폰 신부의 날’로 선포했다. 캔자스 지역 언론들은 카폰 신부의 시성(諡聖) 전망에 대한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는 현재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 추대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신문인 와이언도티 데일리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서 바티칸의 행정 절차가 지연되고 있지만, 그가 종국에는 역사상 네 번째로 미국 태생의 천주교 성인의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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