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도 탐낸 불로장생의 기술, 베이조스도 투자했다

신수지 기자 2021. 10.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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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 연구 돕는 억만장자들

2000억달러(약 234조원)라는 막대한 재산을 다 쓰기엔 인간의 수명이 너무 짧다고 생각한 걸까. 세계 최고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최근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연구하는 스타트업 ‘알토스 랩스’에 투자했다. 다소 황당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불로장생은 ‘기술 혁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제프 베이조스부터 래리 페이지 구글 공동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수년 전부터 불로장생 연구에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불로장생에 투자하는 억만장자들

생물학자 로완 후퍼는 영국 타임지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며 “그들에겐 노화 역시 그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받은 불로장생 연구는 다양한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노화세포 제거

제프 베이조스가 불로장생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엔 피터 틸과 함께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라는 생명연장 회사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노화세포를 제거해 노화 및 노화 관련 질환을 막는 방법을 연구한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몸 속에는 더 이상 새로운 세포로 분열할 수 없는 노화 세포가 쌓인다. 젊을 때는 면역 체계가 노화 세포를 제거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면역 체계의 감시를 벗어난 노화 세포가 축적되면서 암, 심혈관계 질환,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을 일으킨다.

유니티는 상장 전부터 2억달러(약 2346억원)가 넘는 투자를 받았고, 2018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한때 시가총액이 8억달러(약 9384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유니티는 가장 흔한 노인질병인 골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관절 내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약물 ‘UBX0101’을 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임상시험 결과 치료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60% 폭락했다. 이 밖에도 노인성 안(眼)질환을 유발하는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UBX1967’ ‘UBX1325’ 등을 개발 중이다.

피터 틸이 700만달러(약 82억원) 이상을 기부한 비영리단체 ‘센스연구재단’도 노화 세포 제거 등 7가지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도 2018년 이 재단에 240만달러(약 28억1760만원)를 기부했고, 오큘러스 공동 창업자 마이클 안토노프도 지난해 100만달러(약 11억7400만원)를 기부했다.

◇생물학적 재프로그래밍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활발한 불로장생 연구 유형은 생체시계를 되돌리는 ‘생물학적 재프로그래밍’ 기술이다. 노화된 세포와 조직을 재생시켜 생명을 연장한다는 개념이다. 이번에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알토스 랩스도 이 기술을 연구한다. 러시아 출신 백만장자 유리 밀너 주도로 지난 6월 설립된 이 회사는 지금까지 최소 2억7000만달러(약 3168억원)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피부세포 등 체세포에 4개의 유전자를 주입해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신체 조직의 노화 수준을 측정하는 ‘후생유전학적 생체시계’를 개발한 스티브 호바스 UCLA 교수 등을 영입했다.

구글이 2013년 만든 생명공학 자회사 칼리코 역시 재프로그래밍을 연구한다. 칼리코는 이를 위해 ‘벌거숭이두더지쥐(naked mole rat)’라는 동물을 집중 연구 중이다. 아프리카 동부에 주로 서식하고 몸에 털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인 벌거숭이두더지쥐는 30년 이상을 산다. 최대 수명이 3~4년인 생쥐와 비교해 10배 넘게 수명이 길다. 칼리코는 학술지 이라이프에 발표한 논문에서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최초의 늙지 않는 포유류’라고 정의했다. 이들에게는 신진대사 장애, 심장이나 뼈의 이상과 같은 노화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암컷은 폐경을 겪지 않고, 30대에도 번식을 지속했다. 칼리코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노화를 억제하는 유전자의 비밀을 풀고, 이를 인간에게 적용할 방법을 연구 중이다.

다만 일부 연구자는 재프로그래밍이 실현 가능한 기술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기도 한다. 알레한드로 오캄포 스위스 로잔대 교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재프로그래밍은 세포를 젊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킨다”며 “사람에게 시도하기는 아직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냉동인간 기술에도 투자

이 밖에 피터 틸은 이른바 ‘냉동인간’ 연구를 하는 알코르 생명연장 재단과 사후 냉동 보존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인간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 얼려 세포 조직들이 화학 반응을 하지 못하게 해 보존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확보된 미래에 다시 해동시켜 되살릴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아직까지 인체를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구글 칼리코가 연구 중인 벌거숭이두더지쥐

서식지 에티오피아·케냐 등 동아프리카

길이 8~10㎝

무게 30~35g

수명 최대 32년 (일반 생쥐는 3~4년)

특징 -노화 징후가 포착되지 않음

-암컷은 폐경을 겪지 않음

-암에 대한 저항성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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