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그늘] 넘어진다는 일
[경향신문]
얼마 전에 인도를 걷다가 내 발에 걸려서 넘어졌다. 넘어지면 우선 주위부터 돌아보게 된다. 그 꼴을 누가 봤을까봐 창피해서다. 왜 아픈 것부터 신경을 쓰지 않고 남에게 창피할까봐 신경을 쓰는 것일까. 넘어지는 것을 보고 비웃거나 조롱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누구나 넘어질 수 있는 일인 것을. 유명인사가 넘어졌다면 인간의 약점을 바라보는 느낌이 있기는 할 것 같다. ‘나도 넘어지는데 당신도 넘어질 수 있군요’라는 생각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단한 사람도 아닌 나 같은 사람이 넘어지는 것은 창피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낭패감을 느끼며 얼른 일어서서 걸었다. 집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무릎이 까여 상처가 나고 팔꿈치와 손바닥은 피가 맺힌 채 부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자고 나니 온몸이 쑤시고 욱신거렸다. 조금 덜 넘어지려고 팔과 다리에 힘을 쓴 것이다.
아이들은 넘어지면서 크는 거라고 말한다. 직립보행을 위한 절차다. 달리면서 더 자주 넘어진다. 무릎이 까이고 상처에서 피가 나면 ‘앙~앙~’ 울기부터 한다. 그렇지만 대개는 그렇게 넘어간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넘어지면 창피하다. 넘어진다는 것은 실패를 의미하기도 해서이다. 직립보행을 유지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존심이며 의지이다. 그것이 무너지는 것(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창피한 것이다. 비록 다리가 좀 불편하거나 나이가 들어 힘이 없어 넘어지더라도 마음만은 괜찮은 것이라고 다독여 보자. 불편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김지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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