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 조은산의 시선] 대깨문 게임

조은산·'시무 7조' 청원 필자 2021. 10.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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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최하급 대깨문으로 사시겠습니까?”

이른바 ‘대깨문 게임’의 시작이었다. 서울에서 밀려나 수도권 외곽에 월세로 거주하며,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한 대가로 적폐 청산의 후련함을 만끽한 그들이지만 그래도 역시 부에 대한 갈망은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최하급 대깨문 456명은 모처에 모이게 됐고, 때마침 나타난 붉은 옷이 게임 규칙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환영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집값 폭등, 부의 양극화, 자영업 몰락 등을 견뎌낸 극한의 대깨문으로서, 기존 오징어 게임보다 더욱 업그레이드된 초고난도 신개념 게임에 도전하게 됩니다. 상금 역시 업그레이드된 4000억원이며, 살아남은 대깨문은 수드라급 대깨문에서 브라만급 대깨문으로 승급해 평생을 누리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상금 액수에 흥분한 참가자들은 부르르 떨며 “재난지원금까지 받으면 4000억25만원이다!”를 외쳤고 바로 그때, 붉은 옷들이 난입해 참가자들을 몰아세웠으니 그렇게 첫 번째 게임이 시작하게 된다.

“첫 번째 게임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닌, 술래잡기입니다. 참가자 여러분은 붉은 옷들을 피해 재주껏 알아서 세트장에 마련된 집으로 숨으시면 됩니다.”

붉은 옷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물었다. “집은 어떤 집인가요?” 붉은 옷이 답했다. “미분양된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입니다.” “아니,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456명이 다 숨으라고요?” 놀란 참가자들이 되묻자 붉은 옷은 이렇게 답했다. “13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5000만 국민을 다 몰아넣으려는 인간도 있으니 닥치고 숨으십시오.” 그리고 동시에 게임 시작을 알리는 타이머가 작동했고 붉은 옷들의 자동 소총이 불을 뿜기 시작했으니 참가자의 80%가 첫 게임에서 사망하고 만 것이다.

탈락자들의 시신이 관에 담겨 분홍 리본으로 묶인 채 사라졌고, 기뻐할 겨를도 없이 두 번째 게임이 시작됐다.

“두 번째 게임은 설탕 뽑기입니다. 물론 여러분에게 뽑기 모양을 선택할 권리 따윈 없습니다. 태어날 때 집안 골라서 태어났습니까? 아무튼 모양은 여러분 인생처럼 랜덤으로 찍혀 이 상자 안에 담겼으니, 모두 앞으로 나와 한 개씩 수령해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자를 수령한 참가자들이 제 것을 하나둘씩 열어봤을 때, 생사는 이미 결정된 것과 다름 없었다. 누군가가 절망에 휩싸인 목소리로 외쳤다. “젠장, 난 이미 끝났어. 청와대 로고야.” 그 옆의 참가자는 당황해하며 외쳤다. “난 김어준 얼굴이야. 수염까지 있어!” 잠시 생각하던 그는 혓바닥으로 그것을 핥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그들의 멱살을 동시에 부여잡으며 피를 토하듯 울부짖었다. “모두 입 닥쳐. 난 화천대유 천화동인을 한자로 긁어야 돼. 핥아도 소용없다구!” 그렇게 남은 참가자들의 절반이 두 번째 게임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세 번째 게임이었다. 살아남은 그들은 두려웠다. 그러나 그들 마음 안에 응축된 최하급 대깨문의 설움은 공포마저 압도하는 처절한 것이어서, 두 눈을 부릅뜬 그들은 각자 한 권씩 소지하고 있던 ‘조국의 시간’을 꺼내 다시 정주행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붉은 옷들이 다시 도열했고 세 번째 게임의 시작을 알려왔다. 신앙의 힘으로 재무장한 참가자들은 다시 모여 세 번째 게임 규칙에 귀를 기울였다.

“세 번째 게임은 대깨문 장학 퀴즈입니다. 퀴즈는 총 세 문항이며, 각 정답에 따라 숫자가 그려진 곳으로 이동하시면 되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조국 전 장관이 그의 저서를 통해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던 말을 다음 보기 중에서 고르시오. 1, 위리안치의 극수 2, 예루살렘의 예수.”

그들에게는 너무도 쉬운 문제라 참가자들은 일시에 우르르 1번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부 갸륵한 대깨문이 복수 정답 아니냐며 출제 오류를 주장하고 버티다 쏟아지는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손뼉 칠 겨를도 없이 두 번째 문제가 던져졌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토건 기득권이자 비리의 온상인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 1, 국힘당 2, 이재명.”

그 또한 너무도 쉬운 문제라 참가자들은 일시에 “화천대유는 국힘당의 것이다!”를 외치며 1번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일부 극성 대깨문이 이어폰을 꽂은 채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듣느라 문제를 못 들어 쏟아지는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마지막 문제가 던져졌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 이낙연 2, 이재명”

일순간 정적이 흘렀고 참가자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낙연이냐, 이재명이냐 그것은 대깨문들에게는 마치 전두부를 깰 것이냐, 후두부를 깰 것이냐를 묻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화천대유는 이재명의 것이다!” 정적을 깨고 누군가가 외쳤다. 아마도 이낙연 지지자였으리라. 그러자 대깨문들은 두 패로 나뉘어 그게 그 사람 것이 맞네, 아니네, 때리고 쑤시고 던지며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다 결국 모두 사망하고 말았으니 결국 상금 4000억원은 처음부터 그들 몫이 아니었던 것이다. 게임은 그렇게 끝났다.

“이봐, Mr. 곽. 돈이 하나도 없는 사람과 돈이 너무 많은 사람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더 벌고 싶어 한다는 거야. 바로 저들과 우리처럼 말이야.”

VIP룸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뭘 하면은 좀 재미가 있을까.” 그런 그의 하얀 머리칼이 허공에 흩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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