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5300억 운용.. "규칙 없음이 비결"

장형태 기자 2021. 10.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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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는 "올해 운용 자산 53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서 가장 성장세가 빠른 벤처캐피털이 됐다"면서 "기업들이 투자받고 싶은 벤처캐피털이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과거 가장 빨리 성장한 업체도 운용 자산 규모 5000억원이 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하나벤처스는 창업 3년만에 5300억원을 달성할 전망입니다. 역대 가장 빠른 성장세죠.”

올 상반기 국내 벤처시장은 투자액이 사상 최고인 3조73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벤처캐피털 174곳이 ‘우리 투자를 받아달라’며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스타트업이 투자사를 골라 투자받는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벤처캐피털 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로 등장한 하나벤처스는 그래서 더욱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서 만난 김동환(47) 대표는 “성장세 비결은 바로 별다른 규칙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벤처스는 하나금융그룹이 2018년 10월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김동환 대표는 하나벤처스 설립부터 대표를 맡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연세대 전기공학과 재학 중 인터넷 서비스 기업을 창업해 운영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시카고대에서 MBA를 마쳤다. 이후 귀국해 굿모닝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을 거쳐 하나벤처스 초대 대표로 영입된 것이다. 김 대표는 금융지주사 벤처캐피털 대표 중 최연소다.

회사 설립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김 대표에게 한 가지 주문을 했다고 한다. “본사에서 한 명도 안 보낼 테니 (사람을) 알아서 뽑아서 꾸려보라”는 것이었다. 보수적인 기존 금융사와 모험적인 밴처캐피털업계는 성격이 너무나 다르니까 김 대표가 알아서 전문 벤처인들을 모아 시작해보라는 것으로, 독립적인 인사·채용에 대한 약속이기도 했다. 김 대표는 “첫 시작은 두 명이었지만 이후 열 명가량 베테랑 벤처캐피털리스트를 영입해 회사를 키워갈 수 있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모회사가 금융그룹인 것이 큰 장점이 됐다”고 했다.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금융업이다보니 특정 산업군에 국한하지 않고 유망한 스타트업이라면 거리낌없이 투자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음 결성한 벤처펀드도 1000억원 규모로, 업계 최대 규모였다.

김 대표 말대로 하나벤처스는 투자 분야와 단계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벤처캐피털로 통한다.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블록체인·인공지능(AI)·축산물 유통 같은 분야의 신생 기업부터 왓챠(OTT)·리디(전자책)·타파스(북미 웹툰)·강남언니(성형정보앱)·런드리고(세탁) 같은 기업가치 수천억원대 스타트업까지 구성이 다양하다. 현재 투자한 기업은 91곳. 김 대표는 “올 가을까지 130곳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했다. 성과도 나왔다. 올해 북미 웹툰 업체 타파스, 패션·화장품 쇼핑몰 피피비 스튜디오스, 게임 개발사 로얄크로우 등에서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그는 “룰이 없는, ‘무규칙의 유연함’을 견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하나벤처스가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5300억가량. 김 대표는 “10년 이상 업력을 지니고도 운용 자금 1000억원을 못 넘기는 곳이 많은데 우리는 3년만에 5000억원을 넘겼다”고 했다. 그는 “설립 초기에 세운 단기적인 목표는 대부분 달성했다”며 “앞으로 기업들이 투자받고 싶은 벤처캐피털이 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규칙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던 그는 인터뷰 말미에 “딱 하나 지키는 룰이 있다”고 했다. 투자 심사를 할 때, 창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는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창업자에 대한 평가가 회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평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본다”며 “회사 성장과 동시에 본인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잠재력과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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