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에 '위안부 합의' 논의 제안, 한일관계 개선 모멘텀 될것"

도쿄=박형준 특파원 2021. 10. 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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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시다 시대]전문가 6인의 한일관계 제언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64·사진) 정권이 이달 4일 탄생하는 것을 계기로 사실상 파기 상태인 ‘위안부 합의’를 복원시켜 한일관계 개선으로 연결시키자는 목소리가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면 중지된 민간 교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본보는 기시다 정권 출범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정치계, 학계, 경제계 전문가들에게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제언을 구했다. 한국에선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일본에선 시모지 미키오(下地幹郞) 일한의원연맹 의원,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 구마노 히데오(熊野英生) 다이이치세이메이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이 한일 관계를 진단했다.

○ 위안부 합의 논의

시모지 의원은 “기시다 자민당 총재는 2015년 자신이 외상일 때 위안부 합의를 직접 발표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에 낸 출연금 10억 엔(약 106억 원)이 (반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파탄난 상태다”라며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 위안부 합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도 “기시다 총재는 위안부 합의 때 일본 내각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만큼 아쉬움이 클 것”이라며 “양국이 협력해 뼈대만 남은 상태인 위안부 합의를 제대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먼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한다면 한일관계 개선에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위안부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 측은 ‘사실상 파기됐다’고 보고 있다.

니시노 교수는 한국 정부에 대해 “(내년 3월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한일 간에 새로운 합의를 무리하게 추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박근혜 정권도, 문재인 정권도 이전 정권으로부터 일본과 관련된 ‘부정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문 정권은 다음 정권이 대일본 관계 개선에 나서기 쉬운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국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기시다 총재는 한국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외 발언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도 “한일,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혐한,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 민간 교류와 공통 이익 확대

박 교수, 권 부회장, 니시노 교수, 구마노 연구원 등 4명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좀 더 진정되면 민간 교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 교수는 “일본은 한국의 정권 교체만 기다릴 게 아니라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양국 국민 교류를 단계적으로 개방해 우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니시노 교수도 “철저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전제로 입국 제한 완화를 통해 일한(한일) 간 교류 재개를 모색할 때”라고 했다.

권 부회장은 “1982년 이후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한일재계회의를 통해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한일 정부 채널이 경색될수록 민간 경제외교 채널은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원에서 일본 측에 대한(對韓) 수출규제 해제와 경제인 입국 제한 규제 완화를 제안했다.

구마노 연구원은 “기시다 총재는 외상과 방위상을 지냈기에 한국의 중요성을 분명히 잘 알고 있다”며 “한일 간에 대북 방위협력을 진전시켜 공통의 이익을 찾아야 한다”고 아이디어를 냈다. 한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 가입을 환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 “기시다, 경제계 요구 무시 않을 것”

6명의 전문가 중 4명은 “한일관계가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시노 교수는 “(11월로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 후에야 기시다 정권이 외교안보 정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선거에서 여당이 의석을 많이 잃으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도 “비교적 온화한 성향의 기시다가 곧 총리로 선출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우익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아 행동반경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한일관계 급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계 인사 2명은 관계 개선에 긍정적이었다. 권 부회장은 “한국 경제계는 일본 새 정권에 기대를 갖고 있다”며 “일본 경제계도 한일관계를 회복하고 경제 협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런 의견이 새 내각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시다 총재는 자신의 장점으로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좋은 귀’를 언급하고 있어 경제계의 요구를 무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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