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유경제 위협하는 청소년 무면허 운전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2021. 10. 1.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2.0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비대면 인프라 고도화’ 부문이 강화되었다. 비대면 트렌드가 첨단 스마트 기술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일상은 급변하고 있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이런 시대적 변화를 예측이라도 한 듯 조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비대면 방식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카셰어링이다. 최근 국내 카셰어링 점유율이 가장 높은 한 기업은 가입회원이 약 70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수가 33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약 5명 중 1명 수준으로 카셰어링을 이용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카셰어링 가입률이 연평균 66%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동기간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율(3%)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그만큼 차량공유 서비스는 국민들에게 유용하고 각광받는 서비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편리하고 트렌디한 비대면 경제의 이면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5월에 남해고속도로를 시속 180㎞로 질주하다 경찰에 단속된 운전자와 동승자는 앳된 얼굴의 16세 고교생들이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아버지의 면허를 이용해 차를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3월에는 동네 아는 형 명의로 카셰어링을 이용한 10대 청소년 5명이 강릉에서 운전미숙으로 바다에 추락하여 전원이 사망했다. 지난해 무면허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이용해서 차를 빌려 운전하다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8명 중 6명은 10대였다.

카셰어링을 포함한 렌터카는 최근 3년간 무면허 교통사고가 연평균 380건이 발생했고, 이는 매년 4.4% 증가하고 있다. 이 중 20세 이하 운전자로 인한 사고 비율은 38%, 사망자는 60%를 각각 차지한다. 게다가 이들의 음주운전 치사율은 전 연령대 평균 치사율보다 약 5배 높은 6.0%로 매우 치명적이다. 이렇게 치사율이 높은 이유는 운전이 미숙하여 도로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유흥을 위한 목적으로 렌터카를 이용해 집단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음주운전은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렇듯 직접 대면을 통해 확인하지 않는 온라인 거래의 허점을 악용하는 청소년 범죄로 인해 안타까운 생명이 반복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세계를 통해 청소년의 사회활동과 경제적 거래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제도적 법규 또는 사회적 통념상 허락되지 않는 일들이 온라인에서는 가능한 점을 이용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다.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차량을 대여해주는 이른바 ‘카셰어링 브로커’까지 등장해 범죄를 부추긴다. 이러한 정보는 청소년들이 쉽게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텔레그램 메신저 등에서 접근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무고한 시민을 다치거나 죽게 하는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무면허 운전자의 불법 대여를 막기 위해 지난 3월에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명의대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운전자확인의무를 위반하여 불법대여 행위를 한 업체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기존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상향하도록 강화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상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청소년들의 불법 명의도용 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온라인 거래상의 범죄는 면허정보 관리를 통한 운전자 자동식별 및 음주여부에 따라 시동이 제어되는 첨단 시스템 부착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일반 카셰어링 이용자들이 인상될 수 있는 대여요금을 감수해야 하며, 운전자 식별을 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 및 정보보안을 위한 막대한 제반비용 소요라는 우리 사회의 숙제까지 등장한다.

도용된 누군가의 이름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한껏 즐기며 누비고 있는 10대들이 저지른 범죄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형벌이 가볍다. 반면에 피해자 가족의 아픔과 사회적 문제의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이는 단순히 카셰어링 서비스에서 해결해야만 할 문제가 아니다. 카셰어링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기반하여 사회적으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공유경제의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공익을 누리고자 했던 우리의 경제는 또다시 공익을 위해 이러한 문제를 공유하고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젊은이들이 플랫폼이라는 보이지 않는 온라인 세상을 이용해 현실에서 끔찍한 대형사고를 일으킨 뉴스를 접하지 않길 바란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