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해결못한 신재생발전 전력 불균형, 하와이는 민간업체에 맡겨 '뚝딱'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 2021. 10. 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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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인사이트]
재생에너지의 난관 넘어 완전 탄소중립 이루려면
한전의 시장 독점 풀고 민간의 진입 허용해야
이탈리아 에너지 설루션 업체 에넬엑스(Enel X)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전력 수급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 회사는 머신 러닝과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잉여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는 설루션을 기업에 제공하고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린다. / 에넬엑스

구글, 스타벅스, 아모레퍼시픽, SK…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RE100을 선언한 기업이란 점이다. RE100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으로, 올 8월 기준 이미 전 세계 300개 이상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의 재생에너지 비율 목표인 70%도 논란이 많은데, 과연 100%는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RE100를 달성하려면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발전원 증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단순 설비 건설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난관이 존재한다. 먼저 신재생 발전은 기상 환경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불규칙하다. 따라서 반도체 생산 등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 또한 시시각각 발전량을 통제할 수 없어서 순간적으로 과다 전력이 생산되면 송배전 선로 내 전압 불균형으로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신재생 발전 설비 비율이 65%에 육박하는 제주도에서 이런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전력 수급 미스매치로 특정 시간대에 강제로 신재생 발전기를 꺼 버리는 ‘출력 제어’가 지난해에만 77회 발생해 총 35억원의 손실을 냈다. 제주도가 추진 중인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2030′ 목표를 위해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면 2030년엔 출력 제어량이 현재의 약 130배 이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제주에너지공사는 예상한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대규모로 보급된 전남 신안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된다.

그동안 이런 문제들은 송전 설비 증설을 통해 과잉 공급 전력을 다른 지역으로 전송하는 식으로 해결돼 왔다. 하지만 이 역시 막대한 인프라 비용, 환경 오염, 주민 수용성 등의 문제가 있다. 또 전력 부하량이 가장 높은 피크(peak) 시간대를 기준으로 설비를 지어야 하므로 평시에는 유휴설비가 되는 비효율 문제를 안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출력 제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300억원을 들여 송전 선로 증설을 추진 중이다. 제주도에서 과잉 발전되는 신재생 전력을 전남 등 육지로 내보내겠다는 발상이지만, 전남 역시 이미 출력 제어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봉책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송전 선로를 증설하더라도 2030년 출력 제어량은 지금보다 9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좌), 권대욱 맥킨지 한국사무소 팀장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에너지 솔루션’ 산업을 적극 활용 중이다. 에너지 솔루션이란 에너지에 대한 서비스 기반 비지니스 모델을 뜻한다. 가령 미국 하와이 군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낮 시간대의 태양광 과다 발전으로 전체 신재생 발전량의 20~50%가 출력 제어로 인해 낭비됐다. 하와이는 제주도와 달리 근처에 송전 선로를 연결할 육지도 없다. 이에 하와이 주 정부는 최근 스웰에너지(Swell Energy)라는 스마트그리드 업체와 협약을 맺고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배터리에 대규모로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전력 공급이 부족한 밤 시간대에 저장된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에너지 솔루션 업체들이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이미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쉽지 않다. 한국전력이 송배전·도매·판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전력 가격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에너지 솔루션 산업에 진출할 길이 녹록치 않다. 이제는 전력 시장 규제 완화를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 미스매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기업들의 RE100 달성이나 국가적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지체될 게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창출되는 관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몫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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