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뉴머러시,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2021. 10. 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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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우리는 숫자로 이뤄진 세상에 살고 있고 매일 숫자를 보며 변화를 읽는다.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로 경제를 읽고, 아파트 시세로 경기를 예측한다. 일기예보는 온도, 습도, 시간대별 강우확률까지 숫자로 제시한다. 통장잔액, 지하철시간표,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도 숫자로 이뤄져 있다. GDP(국내총생산), 물가지수, 기대수명, 지능지수 등 세상과 인생은 숫자로 가득하다.

숫자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좀 더 객관적으로 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비슷한 설명이라도 수치로 된 근거를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진다. 예보의 정확도를 표시하기 위해 일기예보에서 강수확률을 사용한 것은 미국에서는 1966년, 우리나라는 1987년부터다. 가령 '강수확률 50%'라고 발표하면 사실 비가 온다는 건지, 안 온다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비가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신뢰감을 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에도 확률적 표현이 많다. 십중팔구는 80~90%, 백발백중은 100%, 구사일생은 10%의 생존율을 가리킨다. 물 반 고기 반, 오십보백보, 운칠기삼, 7전8기, 백문이 불여일견 등 숫자나 확률과 관련된 표현은 부지기수다. 보험, 카지노, 경마, 복권 등은 모두 확률을 바탕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계속되는 요즘 하루 확진자 수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됐고 치명률을 통해 우리는 바이러스의 위험도를 짐작한다. 확률적 수치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 행동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입사시험, 대학입시 경쟁률을 보면 어느 정도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고, 내일 강수확률을 보고 우산을 가져갈지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한다.

'투명인간'과 '타임머신' 등 본격적인 SF(공상과학) 장르 소설을 쓰기 시작한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는 "언젠가는 숫자를 이해하는 능력이 읽기, 쓰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했는데 오늘날이 바로 그 '언젠가'다. 근대적인 공교육은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후 시작됐다. 공교육의 핵심은 3R, 즉 읽기(Reading)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였다. 숫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리터러시'(Literacy)라 한다. 산업화 시대에 가장 기본적인 능력이었다. 디지털 시대에는 '뉴머러시'(Numeracy)가 중요하다. 리터러시는 문해력이고 뉴머러시는 수해력이다. 뉴머러시는 숫자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숫자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 디지털이란 용어 자체가 숫자를 뜻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디지털을 '여러 자료를 유한한 자릿수의 숫자로 나타내는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영어의 디지털은 0과 l의 숫자로 변환해 비트로 저장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프랑스어에서 디지털을 의미하는 '뉘메릭'(numerique)은 아예 '숫자의'라는 뜻이다.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였고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치의 원천은 데이터라고 한다. 가치를 만들고 산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대부분 숫자로 이뤄졌다. 데이터 분석은 마케팅, 미래전략 수립, 미래 예측을 위한 출발점이다. 데이터 해석의 기반은 바로 수해력이다. 미국의 한 연구보고서는 미래 유망직업 200만개 중 40만개가 수학 관련 일자리라고 발표했다. 암호학, 알고리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은 모두 수학을 기반으로 하며 숫자나 데이터 관련 직업은 미래 유망직종이다.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적인 소양이 리터러시였다면 디지털 시대 문해력은 뉴머러시다. 숫자를 모르는 수맹, 데이터를 해석할 줄 모르는 데이터문맹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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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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