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법] '1000억 치킨전쟁'으로 본 '영업비밀', 법원 판단은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은 치킨 프랜차이즈 BBQ제네시스가 bhc 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낸 1000억원대 소송의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BBQ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법에서 정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기업 분쟁의 주요 부분을 차지합니다. ‘매출액’을 손해액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규모도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두 회사간 오래된 분쟁은 일단 접어 놓고, 이날 판결에서 법원이 ‘영업비밀’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보겠습니다.
◇영업비밀의 세 가지 요소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법의 ‘영업비밀’은 1)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2)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3)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된 생산 방법, 판매 방법, 그 밖에 영업 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합니다.
BBQ가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한 자료 중에는 해외에서 치긴 프랜차이즈 사업을 개시하는 데 참고 사항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한 ‘해외사업 런칭 매뉴얼’, 해외·국내에서 치킨 가맹점을 운영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한 ‘브랜드 운영관리 매뉴얼’등이 있습니다.
법원은 이들 자료에 대해 영업비밀성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 타 업체가 참고할 가치가 적은 사항 등에 관한 기본적 내용을 정리한 데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운영관리 매뉴얼’에는 BBQ의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 골드윙 등 메뉴의 조리에 관한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기재돼 있음에도 그럼에도 법원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2002년에 후라이드 치킨, 양념 치킨의 제조방법을 각 특허 출원해 그 내용이 2004년에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특허출원을 할 경우 신청자의 신청에 따라 그 내용을 공개하도록 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일부 가맹점은 블로그에 “물과 파우더를 1.7대 1로 혼합하고, 기름 온도를 165도로 한다”등의 대표 치킨의 조리법을 공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만 매장 유형에 따른 인테리어 디자인 자료, 차킨에 들어가는 소스 등의 개발 경위를 기록한 개발완료 보고서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비밀성을 인정했습니다. BBQ가 그룹 직원들에게 ‘영업비밀 보호 및 전직금지 약정서’를 작성받았고 실제로 매장에 적용되기 전까지는 내부적으로만 보관했다는 것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매장 디자인이 차별화 요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가치도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개발완료 보고서의 경우에도 내부적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제품 개발관련 사항을 상세히 정리한 것이어서 비공지성 및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했습니다.
◇'비밀관리’ 미흡하면 영업비밀 안돼
문제는 ‘비밀관리성’ 입니다. 법원은 임직원들로부터 비밀보호 약정서를 받은 것만으로는 보안조치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2013년 7월부터는 자료에 따른 매장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인테리어 특성상 ‘공개’를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적어도 그 무렵 부터는 비밀성이 유지되지 않아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BBQ가 bhc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계약을 통해 상품의 제조 방법, 가맹점의 상품 공급 현황 등 정보를 제공하기로 약정했고, 매각 후 보안조치도 미흡했기 때문에 영업비밀의 요건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다고 본 것입니다.
BBQ측은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부정경쟁행위’에 는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법행위 성립 가능성, 손해액 산정 등에 대한 BBQ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 후 BBQ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내부 전산망 무단 접속 혐의로 기소된 bhc 박현종 회장의 형사 재판이 진행중인데도 피해 규모에 대한 검증도 없이 재판을 마친 것은 유감”이라고도 했습니다. 아직 1심인 만큼 ‘영업비밀’ 최종 판단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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