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약자 외면하는 민노총의 오만
자영업자·청년 실업 고통.. 기득권 내려 놓아야
추석연휴의 여파로 아직도 3000명 가까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현장이 어수선하다. 문재인정부의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오는 20일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민주노총에 의해서 노동현장에서의 법과 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의 당진제철소 무단점거 사태가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현대제철 협력회사 소속인 점거 근로자들은 자회사에의 입사를 거부하면서 현대제철의 직고용과 기존 정규직과의 동등한 처우를 요구하고 있다. 법원이 퇴거명령을 내렸음에도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점거를 계속하는 강경 투쟁을 고수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존중을 내세우는 문재인정부에 들어서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총이 됐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약자를 대변하는 노동운동의 메카로서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위기 극복을 위해 추진된 노사정합의가 민주노총 강경파 조합원의 반발로 무산되면서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민주노총 노조원의 상당수는 이미 사회의 약자가 아니고, 오히려 기득권층이다. 현대제철 자회사로의 고용을 거부하고 있는 협력회사 직원들의 직고용 요구는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는 좌절감과 자괴감을 줄 것이다. 현대제철 협력회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자회사 정직원이 될 기회를 거부하고, 더 높은 처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만 명에 가까운 청년이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훈련이나 교육도 받지 않고 지난 3년 동안 집에서 그냥 쉬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택배산업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고 택배노조와 노조원도 수혜계층이다.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해 사업주, 다른 노조와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도 있으나 법에 정한 테두리에서 자신들의 요구 조건을 관철해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 일용직의 곤궁한 처지를 유념해야 한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반복되면서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계층이 자영업자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자영업자를 검색하면 연관어로 ‘폐업’, ‘자살’이 검색된다. 지난 달 7일 살고 있는 원룸의 보증금으로 직원들의 밀린 급여를 정리하고 세상을 등진 서울의 한 맥줏집 사장의 처지는 540만 자영업자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20명 이상이라고 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상용직보다는 일용직이 더 많이 받고 있다. 주로 정부 재정에 의한 것이지만 올해 3월부터 고용이 회복세로 돌아섰으나 지난 6, 7, 8월 3개월 연속 일용직 일자리는 줄었다. 민주노총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기 몫을 양보하면서 제1노총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도 수수방관하지 말고 정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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