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VP, 누구든 '3위팀 출신'
[경향신문]
1·2위 울산과 전북 ‘후보’ 없어
3위 다툼하는 대구·수원 에이스
세징야·라스 ‘2파전’으로 압축
2021 K리그가 시즌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K리그1에서는 각 팀이 7경기 안팎을 남긴 상황인데 우승과 생존 모두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순위 싸움만큼이나 치열한 개인상 다툼도 눈길을 끈다.
K리그 최고의 선수를 뽑는 MVP는 우승팀에서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올해 선두를 달리는 울산 현대와 승점 1점 차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전북 현대에서 MVP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문제는 확실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두 팀에서 예년과 달리 압도적 활약을 펼친 선수가 없다는 점이다. 울산에선 국가대표 수문장인 조현우가 12번의 무실점과 골키퍼 포지션 최다 베스트일레븐 선정(5회)으로 맹활약한 것이 눈에 띄지만 수문장에서 MVP가 나온 사례는 단 한 번(이운재)에 불과하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에 10골·3도움으로 선봉장 노릇을 해낸 이동준도 최고라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전북은 미드필더 김보경이 도움 부문 1위(8개)를 달리고 있지만 역시 영향력이 아주 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오히려 3위를 다투는 대구FC와 수원FC에서 뛰는 두 에이스가 MVP에 더 가깝다. 대구의 세징야는 올해 26경기를 뛰면서 9골·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세징야는 올해 단순히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한 것을 넘어 시즌 평점 1위(7.20)와 최다 라운드 MVP(4회), 최다 베스트일레븐 선정(7회)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수원FC 주포인 라스도 올해 득점 부문 공동 1위(15골)와 공격 포인트 1위(20개)를 자랑한다. 특히 라스는 지난해 여름 전북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방출당한 아픔을 딛고 최고의 골잡이로 거듭났다는 스토리까지 갖고 있다.
최근 트렌드가 팀 성적보다 실력을 우선하는 것도 3위 팀에서 MVP가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최근 5년간 MVP 주인공을 따져볼 때 3명(정조국·말컹·김보경)이 우승팀 밖에서 나왔다.
미래의 스타를 뽑는 영플레이어상은 수원 삼성이 자랑하는 ‘매탄소년단’의 내부 전쟁으로 점쳐지고 있다.
올해 데뷔한 정상빈은 23경기를 뛰면서 6골·2도움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K리그 활약상을 바탕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데뷔골을 터뜨린 것도 영플레이어상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 수원 유니폼을 입은 지 3년차인 수비수 김태환도 1골·5도움(29경기)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라이벌로 볼 수 있다. 김태환이 남은 경기에서 도움 기록을 더 쌓는다면 23세 이하로 3년차까지 후보인 영플레이어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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