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첫 여성총리 탄생..궁지 몰린 튀니지 대통령의 '반전 카드'

이윤정 기자 입력 2021. 9. 30.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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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출신 '정치 초보' 임명..국민들은 경제난 등 해결 기대

[경향신문]

튀니지 첫 여성 총리로 지명된 나쥴라 부든 롬단. 연합뉴스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에서 아랍권 첫 여성총리가 탄생했다. 하지만 첫 여성 총리를 임명한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 7월 국회 활동을 정지시키고 ‘쿠데타성’ 긴급조치를 취한 터라 독재행보 비판을 받고 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나줄라 부든 롬단 튀니지 국립엔지니어링학교 교수(63·사진)를 총리로 임명했다고 알자지라 등 아랍권 매체들이 전했다. 아랍권에도 여성 장관들이 있지만 여성 총리는 처음이다. 의회를 정지시키며 권력을 장악한 대통령이 ‘여성 총리’를 반전 카드로 사용한 것이다.

튀니지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발원지이자 아랍의 봄 운동이 일어난 지역 중 드물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7월 경제난과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으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사이에드 대통령은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30일 동안 정지시켜 독재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롬단 신임 총리는 한때 고등교육부에서 근무하며 교육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한 경력이 있지만 정치경력은 전무하다. 여성의 지위가 열악한 아랍권에서 첫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민주주의 원칙조차 흔들리고 있는 튀니지에서 롬단 총리가 얼마나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튀니지 정치 분석가인 타렉 칼라우이는 “여성 총리 기용을 통해 자신의 독재 행보를 숨기려 한다”면서 “유화정책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신임 총리가 더 나은 튀니지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튀니지 국민들이 신임 총리가 아랍의 봄을 성공시킨 유일한 국가 튀니지의 이미지를 되살리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튀니지 은행 직원 아민 벤 살렘은 알자지라에 “여성이 정부를 이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신임 총리가 파산의 망령으로부터 나라를 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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