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일본 막후정치..기시다 시대에 드리운 '3A 그림자'
[경향신문]
기시다·다카이치 연합 주도
일등공신 아마리 ‘간사장’에
아베·아소 ‘장로 정치’ 예상
스가 때보다 강한 영향력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를 계기로 ‘막후정치’라는 오래된 유산이 더 강력해진 형태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에서 앞서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상을 저지하고 자기 색깔이 약한 온건보수파 기시다 후미오 전 정무조사회장을 새 총재로 당선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인 아베 신조 전 총리, 아소 다로 전 부총리,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의 ‘3A’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기시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오는 4일 취임에 앞서 당 간부 인사부터 단행할 예정이다. 기시다 총재는 이번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인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을 간사장으로 내정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간사장은 당 운영과 선거 전략 등을 지휘하는 핵심 직책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 격인 관방장관에는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자 아베 정권에서 문부과학상을 지낸 마쓰노 히로카즈 의원이 내정됐다. 기시다 총재 당선에 기여한 주요 파벌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이다. 아베 전 총리가 지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당 정무조사회장에 내정됐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 총재와 대결한 고노 개혁상은 당 홍보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재의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은 아소파 일원이면서 아베 전 총리와 가깝게 지내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리 세제조사회장은 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저녁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원해온 아베 전 총리를 찾아가 선거 전략을 논의했다. 아베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기시다 총재가 고노 행정개혁상과 함께 결선투표에 오르면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지원했던 호소다파 의원들이 그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전 총리는 고노 행정개혁상이 탈원전 입장과 자신이 추진해 왔던 이지스 어쇼어 도입 등을 백지화 시킨 것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아베 전 총리는 불편한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스가 내각 때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한 자민당 의원은 총재 선거 결과를 두고 “(스가 총리 취임으로 권력 일선에서 다소 물러나 있었던) 3A가 복권됐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당내 역학으로 탄생한 차기 정권은 아베·아소의 ‘장로 정치’가 짙게 따라붙게 될 것”이라며 “기시다 총재가 얼마나 독자적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막후정치의 위력을 확인한 당원들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요코하마에 사는 야마모토 요시코는 “역시 자민당은 파벌이다.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한의석 성신여대 교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당선됐던 2001년 자민당은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있었고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감이 지금보다 더 높았다”며 “현재 자민당 지도부는 오는 중의원 선거에서 질 일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헌민주당 등 야당은 기시다 총재의 총리 취임 후 코로나19 대책과 아베노믹스 등 경제정책에 대한 입장을 집중적으로 물을 방침이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자민당은 변할 수 없다고 제시한 새 총재 선출이었다”며 “새 총재가 아베·스가 정권의 유산 중 무엇을 부정할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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