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경·불법 임대·투기..제주도 '가짜 농부' 판친다

박미라 기자 2021. 9. 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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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실태 조사 결과 5년간 여의도 면적 3.9배 ‘농지법 위반’ 적발
청문절차 거쳐 처분명령, 거부 땐 공시지가의 25% 매년 부과
413명에 23억원 이행강제금…취득 쉬운 체험농장 규제 강화

A씨 등 3명은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 2018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서귀포시 안덕면의 농지 2만2600여㎡를 사들였다. 이들은 ‘더덕 농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등에 사는 이들에게 되팔아 27억여원의 차익을 남겼다. 제주지방법원은 최근 농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공모한 2명에게 각각 징역 8개월과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제주경찰은 2015~2019년 거래된 농지에 대한 농지법 위반 사례를 수사해 205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제주에서 농지를 부동산 투기에 활용하거나 무단으로 휴경하는 ‘가짜 농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는 특히 섬이라는 특성상 항공기를 타고 오가야 하지만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둔 채 제주에서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를 매입하는 이들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2015~2020년 실시한 농지이용실태 조사 결과 농지법을 위반해 처분 의무가 부과된 농지는 2만9298필지, 1133㏊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여의도 면적(290㏊)의 3.9배에 달하는 크기다. 농사를 짓지 않은 채 방치하는 무단휴경, 다른 이에게 빌려주는 불법 임대 등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적발된 농지는 청문 절차를 거쳐 농지처분 의무, 처분명령이 내려진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공시지가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처분 때까지 매년 부과된다. 이러한 농지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23억2000만원)이 부과된 면적도 28.7㏊이며 대상자는 413명에 달한다.

또 농지취득자격증명이 발급된 농지 면적 중 제주 비거주자의 비중은 2015년 17%, 2017년 12%, 2020년 14%로 집계됐다. 다른 지역에 살면서 매입한 농지인 만큼 방치하거나 무단 임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지난해 기준 제주도 전체 농지취득 면적과 제주 비거주자의 취득 면적은 2015년에 비해 각각 59.8%, 66.7% 감소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2015년부터 제주 비거주자가 농지를 취득할 때는 항공비용, 체재비 등을 포함한 농업경영 소득률을 산출해 일정 이상이 돼야 농업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하고 있다”며 “일반 농지 심사가 강화되다 보니 주말체험농장을 내세운 농지 취득이 보다 늘어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짜 농부를 잡기 위해 진짜 농부도 나섰다. 전국농민회제주도연맹 농지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농지법 위반 사례 90여건을 제보받았다고 밝혔다. 채호진 농지대책특위 위원장은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560㎡ 규모의 체험농장은 46명의 공동지분으로 돼 있는 등 투기를 위한 농지 쪼개기가 의심되는 사례가 많았다”며 “취득이 쉬운 주말체험농장(1000㎡ 미만)이 외지인의 투기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자유전의 법칙에 따라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고, 어떻게 농사를 짓겠다는 내용의 농업경영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농지를 소유하게 되면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 하고, 불가피한 이유로 위탁경영을 할 때는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야 한다. 상속, 주말 체험영농 농지 등 예외적으로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농지에 대한 투기와 개발, 휴경, 불법 임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올해 역시 오는 11월까지 최근 10년 이내 제주 비거주자의 상속 또는 매매로 취득한 농지, 농업법인 소유 농지를 대상으로 이용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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