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남은데 어디 없나.. 초조한 '대출 메뚜기'

김신영 기자 입력 2021. 9. 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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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3분기 대출 증가율 5% 돌파.. 대출 받기 더 어려워진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마이너스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너무 크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카카오뱅크 고객센터 모습. /뉴시스

무주택자로 얼마 전 주택 청약에 당첨된 30대 직장인 강모씨는 요즘 대출 뉴스를 보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중도금은 대출받아 낼 생각이었는데 대출이 막혀 계약금마저 날리는 것 아닌지 조마조마해서다. 그는 “은행에 문의해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해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가계 대출과 이로 인한 자산 가격 ‘거품’을 통제하려 금융 당국이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부 은행의 9월 가계 대출 증가율 상승 폭이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올해 가계 대출 증가율을 지난해 말 대비 6% 이하로 맞추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증가 속도가 잡히지 않을 경우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대출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돌입하자 비교적 증가율이 낮았던 은행이나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도 발생 중이다.

인터넷 은행 대출도 막히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증가율(8월 말 기준 20%)이 지나치게 높다는 금융 당국의 지적에 10월부터 연말까지 신규 마이너스대출을 중단한다고 30일 발표했다. 올해 마이너스대출을 막기로 한 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처음이다.

◇은행 가계 대출 증가율 5% 넘었다

30일 본지가 주요 은행 5곳의 3분기 말(9월 29일) 기준 가계 대출 증가율을 집계했더니, 전체 은행권의 평균 증가율이 작년 말 대비 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당국의 증가율 상한까지 1%포인트도 남지 않은 셈이다. 지난 7월 증가율이 7%를 넘어 8월 주택담보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조치까지 단행한 농협은행의 증가율은 9월 말 기준으로도 7.5%에 머물러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금융 당국 규제를 맞추려면 5대 은행이 연말까지 대출해줄 수 있는 금액은 6조7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이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 ‘졸라매기’에 돌입하자 대출자들이 다른 은행을 찾으면서 KB국민은행 등 몇몇 은행의 대출 증가율이 9월 들어 가파르게 올라갔다. KB국민은행은 8월까지 가계 대출 증가율이 3.6% 수준이었는데 9월 말 기준으론 4.8%로 5%에 육박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 달 만에 1.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우리은행 증가율도 3.5%에서 4.2%로, 5대 은행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은 2.3%에서 3.2%로 올라갔다. 하나은행 증가율은 4.6%였다.

대출 증가세를 억누르고자 KB국민·하나은행은 10월부터 본격적인 대출 축소에 돌입한다. 국민은행은 9월 말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줄이기로 했고 집단대출 한도도 ‘입주 시 시가’에서 ‘분양가’ 기준으로 바꾸는 등 한도를 줄였다. 하나은행도 10월부터 전세자금대출 한도 축소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2금융권 ‘풍선 효과’도 발생

대출금리가 비교적 낮은 은행의 문턱이 높아지자 2금융권으로 대출이 흘러드는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카드사 대출이 크게 늘며 현대카드(14%)와 롯데카드(12%)는 금융 당국이 정한 목표치를 8월 말에 이미 크게 초과한 상태다. 두 카드사는 9월부터 다중 채무자에 대한 신규 대출 문턱을 높이고, 대출자의 상환 능력과 채무 상황에 따라 대출 한도를 줄이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보험사·저축은행·카드사 등의 가계 대출은 30조원 늘었다. 2019년 같은 기간엔 4조4000억원이 줄었고, 지난해엔 1000억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 가계 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대출 규모가 업계 최대인 SBI저축은행·애큐온저축은행·한국투자저축은행 등을 불러 대출 통제를 당부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 8월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연봉 1배’에서 ‘연봉 수준’으로 축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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