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의 통신선 복구 선언, 안정적 대화 체제로 가야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남북, 북·미 간 상호존중을 강조하며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엇갈린 메시지를 보내다가 최종적으로 김 위원장이 통신선 복원을 선언한 것은 유의할 만하다. 일단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신호로 보여 다행스럽다.
하지만 통신선 복원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기본 자세에는 큰 변함이 없어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이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대외기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또 통신선 복원을 넘는 남북관계의 진전은 남측에 달려 있다고 공을 남측에 넘겼다. 이번 통신선 재연결 조치가 바이든 행정부의 느린 대화 추진에 답답함을 느낀 북한이 남측 정부에 역할을 요구한 것으로 분석되는 배경이다. 북한은 미국이 다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경계하면서 이를 타개할 방안을 찾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날 정부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냉정하고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 임기 말 대선 국면에서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통신선 연결을 통해 드러난 가장 분명한 신호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절박하게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통신선이 연결되는 것을 계기로 남북은 대화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긴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 흔들리는 대화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기 어렵다. 이를 위해 북한도 필요에 따라 통신선을 끊었다 연결했다 하는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북핵 수석대표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 이(종전선언) 구상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도 더 이상 외교적 수사로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그동안 모색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등을 적극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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