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침체에 글로벌 인플레 장기화, 정밀 처방 필요하다
[경향신문]
글로벌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국내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3개월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4차 확산의 영향이 실물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에서도 업황지수와 업황전망지수가 나란히 하락했다.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업황이 나빠졌고, 다음달에도 회복하기 어렵다고 기업들이 평가한 것이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내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대외여건 또한 좋지 않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원 오른 달러당 1184.0원으로 마감했는데, 장 초반 1년 만에 장중 최고치인 1188.7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환율이 오르면 가뜩이나 상승 추세인 원자재 가격을 더 끌어올리면서 국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밤사이 유럽중앙은행(ECB) 콘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글로벌 공급 병목으로 인플레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공급 병목이 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2018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에 비해 두 배 넘게 뛰었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외 리스크에 대한 공조와 정책 조율을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제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헝다그룹 문제 등 그간 잠재됐던 리스크도 일부 현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올해 4% 성장률 달성은 무난하다고 예측한다. 혹시라도 성장을 위해 물가를 희생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잦아들지 모르는 침체 상황에서 인플레가 오래 지속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소득이 정체 또는 감소한 영세기업과 자영업자, 저소득층은 인플레 기간에 더 큰 고통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취약계층이 겪게 될 어려움을 감안해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제 원자재 수급도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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