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투자자 외면 '중고차 1위' 케이카, 개미들 마음은 잡을까?

고득관 2021. 9. 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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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DB]

국내 1위의 중고차 매매 플랫폼 케이카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참사 수준의 흥행 부진을 기록했다. 회사측이 공모가를 크게 낮추고 구주 매출로 나올 주식수도 줄인 가운데 일반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관 경쟁률 고작 40대 1...기관 수요예측 참패에 공모가 대폭 인하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케이카는 일반 공모 청약 접수 첫날인 이날 4개 증권사 합산으로 평균 3.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총 청약증거금 규모는 13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케이카 일반 청약의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이며 대신증권,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가 인수단으로 참여한다.

전날 발표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는 참패 수준의 성적표였다. 기관 경쟁률은 37대 1에 그쳤다. 최근 IPO 종목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은 대체로 1000대 1을 넘고 있다. 지난 8월 한달 동안의 평균치도 1163대 1이었다. 수요예측 결과가 가장 안 좋았던 롯데렌탈도 경쟁률이 200대 1을 넘겼다.

기관 투자자 청약 결과를 보면 주관사와의 관계를 감안해 일단 참여는 하지만 주식은 받지 않겠다는 기관 투자자들의 의지도 엿보인다. 청약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가운데 3분의 2인 66%가 공모가 희망밴드 최하단인 3만4300원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또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기관투자자 371곳 중 368곳이 의무보유 확약을 하지 않았다. 주식수로 보면 기관이 청약한 2억9619만주 가운데 2억8164만주는 보호예수가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케이카는 공모가를 대폭 낮추고 구주 매출도 줄였다. 공모가는 2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공모가 희망범위는 3만4300원~4만3200원이었지만 최하단인 3만4300원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결정됐다. 공모 주식수도 당초 1683만주에서 1346만주로 300만주 줄였다. 이에 따라 2조2000억원대로 예상됐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주관사측은 "발행사와 협의해 투자 수요를 극대화하고, 상장 후 안정적 주가 흐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공모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 연합뉴스]
대기업 중고차 진출 우려가 발목...소부장 IPO와 겹친 점도 악재

케이카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과거 SK그룹의 중고차 사업 부문으로 설립돼 SK엔카로 잘 알려졌고 2018년 한앤컴퍼니가 인수해 케이카로 이름을 바꿨다.

케이카 IPO의 흥행이 예상보다 더 부진한 이유로 최근 상장한 롯데렌탈의 주가 부진이 꼽힌다. 공모가가 5만9000원이었던 롯데렌탈은 최근 4만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전일 종가 3만9400원은 공모가 대비 33.2% 낮은 수준이다.

이미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있는 SK렌터카도 지난달 초 1만5000원선이던 주가가 현재 1만1000원대로 하락했다. 중고차 사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돼 현재도 대기업의 신규 시장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고차 시장 내 경쟁 강도가 격화될 수 있다. 또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신차 출고에 문제가 생기면서 벌어진 중고차 시장의 활황도 조만간 피크아웃(고점 통과)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IPO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주 매출이 너무 많다. 이번 케이카의 IPO는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금 유치보다는 최대주주의 지분 현금화라는 측면이 강하다. 공모주식수 1683만주 가운데 신주 모집은 120만주에 불과하고 나머지 1563만주는 대주주가 보유하던 물량이다. 상장으로 조달하게 되는 자금 4200억원 가운데 회사로 들어가는 돈은 300억원 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최대주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 또 시가총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미국 업체 6곳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를 산정하면서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원준, 아스플로, 씨유테크 등 3곳의 IPO 일반 청약이 진행됐다. 이들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기업인 세 회사에만 20조원이 넘는 시중 자금이 몰렸다. 청약경쟁률은 아스플로 2818대 1, 원준 1623대 1, 씨유테크 1408대 1이었다. 코스닥 소부장 IPO 종목에 자금이 몰리다보니 상대적으로 케이카에 대한 관심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DB]
최대주주 현재 지분율 100%..."오버행 우려 없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케이카는 최대주주인 한앤코오토서비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최대 주주 이외에 다른 주요 주주가 없다는 점은 수급 측면에서 유리한 부분이다. 상장 후에도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60%를 넘어 총 유통가능 주식 비율은 28%에 그친다.

또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만큼 상장 이후 적극적인 배당 정책도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 회사는 347억원을 배당했다. 주당 2600원 수준이다. 배당 수준이 유지된다면 현재 공모가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은 10.4%에 달한다.

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중고차 시장은 개인간 거래 비중이 50% 이상이나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거래가 선호되면서 차량 상태와 품질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는 업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케이카처럼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된 업체들의 수혜가 클 것"이라며 "공모 후 유통 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수에서 28% 수준으로 낮고 뚜렷한 계절성 없이 분기별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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