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칼럼] 탄소중립기본법과 시민단체 먹여 살리기

2021. 9. 30.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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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책이라도 집행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는 중요성이 높은 새로운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본법'이라 불리는 법을 만들고 그 안에 정책추진체계를 명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탄소중립정책의 추진체계를 명시했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예정되고 시행되어 수많은 지방조직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환경관련 시민단체 출신자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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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좋은 정책이라도 집행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정책수립과정에서는 정책추진체계를 설계하기 마련이다. 정책추진체계란 다수의 부처나 기관들이 관련된 융·복합적 정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설계된 정책추진 조직이나 행정체계를 말한다. 정부는 중요성이 높은 새로운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기본법'이라 불리는 법을 만들고 그 안에 정책추진체계를 명시하는 것이 보통이다. 1995년 정보통신부가 출범하면서 만든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범국가적 정보화 추진을 위한 정책추진체계를 포함시킨 것이 그 예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탄소중립정책의 추진체계를 명시했다. 그런데 명시된 정책추진체계에는 목적이 의심되는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월 14일 공포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각종 기본계획의 수립과 이행 점검을 위한 다수의 행정조직 신설을 규정하고 있다. 우선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50명 이상 10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이의 지원을 위한 사무처의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제15조). 지방자치단체에도 '2050 지방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사무국을 둘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32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위원회와 사무국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이와는 별도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제53조)를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이는 탄소중립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침체 등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산업과 지역에 대한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는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와 사무국을 둘 수 있고(제65조), 추가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고, 중앙정부는 이의 예산지원을 하도록 규정하였다(제68조).

중앙정부 차원의 위원회와 사무국은 그렇다 쳐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위원회, 실천연대, 지원센터 등의 조직과 사무국은 그 필요성이 의심되고 향후 예산낭비와 정치적 갈등의 가능성이 매우 큰 독소 조항으로 판단된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탄소중립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기초단체에까지 만든다는 것은 향후 환경전문가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자 등 이익집단의 영향력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크고, 단체장의 정치색에 따라 위원이 위촉됨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 지원센터는 지방탄소중립 위원회와 별도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제시되지 않아 만일 설치된다면 위원회 간 영역다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소중립 지방정부 실천연대는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장의 모임으로 현재 시도지사협의회나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탄소중립'만을 위한 별도의 단체장 모임을 구성·운영하고 지원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무국을 둔다는 것은 탄소중립관련 시민단체 출신자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의도로 읽힌다. 탄소중립 지원센터도 마찬가지다.

기본법에 제시된 정책추진체계에 이토록 상세하게 유사·중복된 지방조직과 사무국 신설을 나열한 것은 매우 예외적이다. 왜 기본법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들이 규정되었을까?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시민단체 위탁사업의 구조 속에 그 답이 있다. 참여연대 출신 박원순 시장이 재임한 10년 동안 공무원이 수행해도 될 서울시 사업을 많은 시민단체에 위탁·시행하도록 제도적 알박기를 통해 무려 1조 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이 지원되었다는 것이다.

탄소중립기본법이 예정되고 시행되어 수많은 지방조직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많은 환경관련 시민단체 출신자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꼭 필요한 자리라면 모르거니와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자리를 늘리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을 지우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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