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우꺾기' 해명조차 인권침해, 법무부 대응 참담하다

한겨레 입력 2021. 9. 30. 18:56 수정 2021. 9. 3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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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 파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피해 외국인의 알몸이 노출된 사진과 형사처벌 전력 등을 함께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법무부는 29일 모로코 출신 난민 신청자 ㄱ씨가 보호소에서 내부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자해하는 모습, 특별계호실에서 나체 상태로 직원과 대치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여러 장과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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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모로코 출신 ㄱ씨가 지난 6월10일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뒷수갑을 찬 채 포승줄로 두 발이 묶인 이른바 ‘새우꺾기’ 자세를 한 채 독방으로 된 특별계호실에 격리됐다. 특별계호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갈무리·ㄱ씨 대리인단 제공

법무부가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이른바 ‘새우꺾기 가혹행위’ 파문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피해 외국인의 알몸이 노출된 사진과 형사처벌 전력 등을 함께 공개하는 일이 벌어졌다. 등 뒤로 사지를 결박하고 독방에 격리한 것이 자해 방지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의도였을 텐데, 논리적 타당성은 둘째 치더라도 명백한 인권침해가 아닐 수 없다. 법무부의 인권의식 수준이 이 지경인데, 산하기관인 외국인보호소의 실태는 오죽할까 싶다.

법무부는 29일 모로코 출신 난민 신청자 ㄱ씨가 보호소에서 내부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자해하는 모습, 특별계호실에서 나체 상태로 직원과 대치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여러 장과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또 보호소 생활과 무관한 형사처벌 전력도 공개했다. <한겨레>가 전날 외국인보호소 가혹행위 파문을 보도한 데 대한 설명자료의 일부였다. 법무부는 “수갑과 포승, 머리 보호장비는 필요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며, 다른 방법으로는 제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설명자료를 낸 29일에는 이주인권단체들이 ‘새우꺾기’에 대해 정부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법무부로서도 대응이 필요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 부처답게 그 방법은 신중하고 이성적이었어야 했다. 법무부는 오히려 선정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ㄱ씨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결코 취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가 우리 국민이거나 합법 체류자였으면 법무부의 대응이 과연 똑같았을지도 의문이다.

이주인권단체 쪽은 “출입국본부 간부들은 이 사건이 알려지면 국민의 외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확산될 거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이라면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주자 혐오’를 부추겨 대응하고자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한 발언이다. ㄱ씨의 알몸 노출 사진과 형사처벌 전력 공개에 같은 의도가 숨어 있지 않았기를 바란다. 법무부는 인권 문제를 다루고 난민 신청자를 비롯해 외국인을 돕고 보호하는 업무를 책임지는 부처 아닌가.

그러나 난민 신청자와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법무부의 반인권적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는 2019년에도 ‘새우꺾기’ 가혹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인권위는 이런 행위가 유엔의 ‘고문, 기타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행위 또는 처벌을 금지하는 조약’(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라고 판단했다. 지난 2019년에는 법무부 산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난민 신청자들의 면접조서를 무더기로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된 일도 있었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선원으로 일했던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이들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4시간이 넘고, 18시간 넘게 일했다는 응답자도 21.6%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들 가운데 88.5%는 바닷물을 여과한 식수를 제공받았고, 심지어 69.2%는 같은 배를 탄 한국인 선원들이 생수를 제공받는 것을 지켜봤다고 한다. 법무부는 29일 아프가니스탄 ‘특별 기여자’들을 위한 사회 정착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난민과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대하는 수준이 곧 우리 사회의 인권 수준이다. 인권은 평균으로 측정할 수 없음을 법무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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