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는 '당근' 美에는 '채찍'..남북관계 전면 나선 김정은
金 "美 8개월 넘도록 태도 안 변해"
직접 나서 바이든 대북 정책 비난
미·중갈등 속 사회주의 연대 조짐
"이중적 태도·적대시 정책 철회"
종전선언 제안 관련 변화도 없어
김 위원장은 통신연락선 복원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한·미를 향해 이중잣대 철폐와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요구한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지난 7월 말 통신선 복원 이후 ‘강경’과 ‘온건’을 넘나드는 등 변화를 키워 왔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대남 온건 행보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한·미의 양보를 사실상 요구해 남북 및 북·미 대화가 당장 속도감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대남 메시지 발신에 말을 아끼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이날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정례 상임위를 열고 남북관계 등 최근 현안 등을 논의했다. 향후 우리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며 대북 사안을 챙길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내달 남북통신연락선 복원할 것”…미국엔 강한 비난
김 위원장은 남북통신선 복원의사를 말하면서도 “북남관계가 회복되고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가 아니면 계속 지금과 같은 악화상태가 지속되는가 하는 것은 남조선(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8월 10일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복원 며칠 만에 중단했던 통신연락선을 재가동하겠다는 입장을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통해 개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등장해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우리의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에 김 위원장이 나서 직접 발언한 것은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거의 2년 6개월 만의 발언대 등판으로 볼 수 있다. 당초 불참 가능성도 전망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해 전반적인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한·미를 향한 발언에 그만큼 무게감이 실리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통신연락선 복원 관련 발언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롯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알려진 30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에 적대적인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페어몬트 호텔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난 나리에서 “우리는 북한과 상호 및 지역 현안의 모든 범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에 대해 노 본부장과 논의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미 강경 목소리가 실린 점에 주목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앞으로도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같다”며 “북한이 이처럼 한·미에 대해 대조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되더라도 북·미관계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남한을 통한 미국과 통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미와 한·중 간의 전략적 대북정책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수, 이도형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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