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석조 건축물 피라미드, 알고 보면 '문의 보고'"

박상현 2021. 9. 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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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학자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 '피라미드의 문' 출간
이집트 피라미드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집트를 상징하는 피라미드는 육중한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만든 건축물이다. 수천 년 전에 살다 세상을 떠난 왕과 왕족을 위한 무덤으로, 멀리서 보면 거대한 삼각형 돌덩어리처럼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쿠푸왕 피라미드는 한 변의 길이가 200m이고, 높이는 146.5m라고 알려졌다. 무게가 2∼2.5t인 돌 230만∼320만 개를 사용해 지었다. 이 돌을 한 줄로 세우면 길이가 최소 3천450㎞라고 한다.

이 같은 압도적 규모와 단순한 형태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은 대개 피라미드 외부에만 머문다. 안쪽에는 비좁고 깜깜한 통로와 매장 공간이 있지만, 두렵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는 신간 '피라미드의 문'에서 피라미드를 보는 더 넓고, 한편으로는 매우 세밀한 관점을 제시한다.

그는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무덤 기능만 한 것이 아니었으며, 중요한 부속 신전을 거느렸다"며 "신전에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공간 구성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피라미드의 진짜 신비함은 내부에 있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별천지가 펼쳐진다"며 "피라미드는 내세에 이르는 여정의 공간이자 그 자체가 내세라는 또 하나의 세계"라고 강조한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피라미드 내부, 바깥에 있는 신전이라는 두 가지 '의외'의 공간을 관통하는 열쇳말이 바로 '문'이다.

돌무더기에 무슨 문이 있겠느냐는 독자 반응을 예상한 듯, 저자는 피라미드에 매우 발달한 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피라미드는 '문의 보고'라고 단언한다. 나아가 피라미드에 사용된 다양한 문의 형식이 현대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집트는 가히 문의 문명이라 할 만했다. 문으로 탄생했고 문으로 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이 발전한 문명이었다. 이집트에서 문은 단순히 일부분이 아닌, 문명의 기본 개념이 구체화하는 통로였다."

그렇다면 피라미드에서도 문은 경계를 나누는 역할을 했을까.

물론 그렇다. 저자는 피라미드에서 문은 '내세로 들어가는 시간 여행의 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매장 공간은 피라미드 내부 혹은 지하에 뒀는데, 묘실로 향하는 문이 그러한 기능을 했다. 저자는 이를 '매장의 문'이라고 부른다.

또 다른 역할은 '공간의 문'이다. 이는 묘실로 가는 복도를 일부러 복잡하게 설치한 것과 연관이 있다. 저자는 "도굴범이 문을 여러 개 부수면서 통과하다가 도중에 '여기가 아닌가 보다' 하고 도굴을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짚는다.

저자가 꼽은 피라미드 문의 마지막 기능은 '분산의 문'이다. 쿠푸왕 피라미드의 단면을 보면 지하에 가짜 묘실이 있고, 지상에 진짜 왕의 묘실을 마련했다. 그런데 외부와 통하는 문은 가짜 묘실과 직선을 이룬다. 일부러 공간을 헷갈리게 설계한 결과다.

저자는 "공간의 문과 분산의 문은 '기다란 복도'라는 뿌리에서 나온 형제와 같다"며 '전실-연속 공간-축-여정'으로 이뤄진 공간의 문에 꺾임과 갈림길이 추가되면서 분산의 문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논하는 피라미드의 문 기능은 명확하지만, 내용은 다소 학술적이고 전문적이다. 그래도 시각 자료가 많고, 글이 매우 어렵지는 않다.

문에 대한 긴 이야기를 늘어놓은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피라미드의 인문학적 가치를 간략히 정리했다.

그는 피라미드가 이집트 지구 창조 신화를 구현한 '인공 산'이었고, 고대 이집트 사회를 지탱하는 중심체였으며, 종교적 초월성과 상징성으로 사회 통합 기능에 기여한 건축물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어 정사각뿔과 정삼각형이라는 기하학적 완결성, 조화의 미학, 삼차원적 균형, 규모의 미학을 피라미드가 지닌 건축적 의미라고 평가한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392쪽. 2만9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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