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성공을 이끌었다"

정대균 2021. 9. 3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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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데뷔 때부터 백에 태극기 새겨
챔피언스는 '천국', 책임감으로 임할 것 
10년간 매년 1승 이상씩 거두는 게 목표
주변의 믿음과 꿈나무들 기대가 도전케 해
       
30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친 뒤 후배들을 대표해 김동은은이 챔피언스투어에서 역사적인 한국인 첫 우승을 거둔 최경주(오른쪽)에게 축하 케이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KPGA
[파이낸셜뉴스]【 여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PGA투어 통산 8승, 챔피언스투어 1승'
'한국산 탱크' 최경주(51·SK텔레콤)가 200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22년간 거둔 성적이다. 서양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적으로 왜소한 동양인이 거둔 성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가 자신의 성공적 커리어는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의 결과, 챔피언스투어는 '천국'이라고 했다.

30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첫날 1라운드를 마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경주는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지금까지 해왔다"면서 "2000년 가자마자 태극기를 달았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캐디백에 태극기를 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부담도 됐지만 나를 탄탄하게 해줬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골프를 하면서 꾸었던 꿈도 소개했다. 최경주는 "93년에 KPGA코리안투어에 입문했을 꿈이 상금랭킹 1위였다. 그것을 1996년에 이뤘다"면서 "1997년에 박노석프로와 함께 북중미 자메이카에서 열렸던 월드컵 골프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여했다. 당시 그냥 먼 곳이 아닌 아주 먼 곳에 영어도 안되는 둘이 가서 퀄리파잉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그 때 아메리카라는 걸 보게 됐고 미국에 진출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5년 계획하에 2000년도에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30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0에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는 최경주. /사진=KPGA
최경주는 지난해에 만 50세가 돼 챔피언스투어에 진출했다. PGA투어서 5승 이상, 통산 상금 1500만달러 이상 카테고리를 충족해 영구 시드다. 최경주는 통산 상금 순위 34위(3280만3596 달러·약389억원)를 벌었다. 그런 그가 챔피언스투어 15번째 대회인 퓨어스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지난 28일 금의환향했다.

그는 챔피언스투어 우승에 대해 "PGA투어 첫승인 2002 컴팩 우승했을 때와 이번 페블비치 우승은 감동면에서 똑같았다. 최초라는 수식어에 최경주가 다시 올랐다는 게 좋았다"면서 "2002년 우승 때 '2승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으로 8승을 했다. 챔피언스 투어도 우승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첫 승 하고 자부심이 더 있고 긍지가 더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자신의 골프가 상당히 좋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최경주는 감독으로 참여했던 도쿄올림픽 이후 출전한 5개 대회서 공동 4위, 준우승, 우승 등의 성적을 냈다. 최경주는 "챔피언스투어는 쉽게 생각하고 데뷔했다. 하지만 첫 2개 대회 뛰고나서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더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더욱 노력했다"고 했다.

최경주는 "근육통, 스윙턴 많이 회복했다. 이제는 4라운드 대회를 5경기 연속 치르더라도 에너지가 쳐지지 않을 정도다. 스릭슨 옐로볼 바꾼 것도 영향이 있다. 볼이 적당한 스핀에, 적당한 탄도에, 잘 받아주더라. 거리 컨트롤이 잘 됐다. 특히 티샷, 세컨드샷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올해부터 탱크 샤프트 쓰고 있는데, 공 컨트롤 잘 된다. 한국에서 제작, 미국으로 보내서 쓰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경기력과 함께 같이 가는 것 같다. 예전에 해왔던 아이언 샷 기본적인 것들도 많이 안정 찾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최경주는 12개 가량의 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나 자신을 아들처럼 대해주는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주최하는 메모리얼토넌먼트 등 몇 개 대회를 제외하곤 가급적 챔피언스투어에 치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챔피언스투어는 한 마디로 '천국'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농담조로 ATM투어로 불릴 정도다. 챔피언스투어는 여유, 격려, 좋은 친구가 있는 곳이다. 내가 이런 축복과도 같은 투어서 활동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 PGA투어서 고생한 보상인 것 같다"고 했다.

최경주는 향후 자신의 목표를 향후 10년간 챔피언스투어에서 매년 1승씩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두 번째 우승 언제올진 모르겠다. 올해는 아직 6게임 남아있는데, 그 중에 좋아하는 코스 2군데 있어 기대감이 크다"면서 "챔피언스투어에서도 내가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계속 나아갈 것이다. 어쩌면 내게 주어진 소명인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끊임없는 도전에 대해 '많은 분들의 믿음'과 자신이 설립한 재단 골프 꿈나무들의 '기대감'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재단 꿈나무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재단 꿈나무들이 나에 대한 마음이 각별한 것 같다. 그것이 힘이 된다"면서 "우승을 향한 도전, 끝까지 할거다. 내 삶 속에서 내가 잘 함으로 인해서 남을 잘 도울 수 있다, 내가 잘해서 어려운 친구들을 도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고 했다.

태극기가 새겨진 최경주의 캐디백. 최경주는 2000년 PGA투어에 첫 진출했을 때부터 태극기가 새겨진 캐디백으로 22년간 투어를 누비고 있다.
니클라우스가 농담조로 "K.J Choi 절대 늙지 말아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최경주는 "그 레전드가 현재 드라이버 비거리가 150~170야드 밖에 안나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안좋다"면서 "그 분이 아들처럼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해줄 때 나도 세 아이들의 아빠로서, 저런 모습이 있어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우승으로 동년배인 5060 세대를 위한 덕담도 건넸다. 최경주는 "일단은 건강을 잘 챙겨야한다. 그리고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한다.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면서 "나는 이번에 안주시면 나중에 더 큰 걸 주실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인내하면서 운동을 조금씩 해가며 건강을 지키면 기쁨의 삶으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최경주는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다. 실제 스코어는 2오버파였지만 16번홀에서 파를 잡고도 보기로 적어 스코어를 제출해 1타를 손해봤다. 최경주는 "시차적응이 안돼서인지 정신이 없었다"면서 "2라운드서 5타는 줄여야 컷을 통과할 것 같은데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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