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급등에 에너지안보까지 흔들.."전력수급계획 새로 짜야"

세종=양철민 기자 2021. 9. 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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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대신한 LNG 가격폭등 역풍
韓, 北에 가로막힌 '에너지 섬' 불구 LNG·신재생 과속
1kWh당 연료비 원전이 가장 낮지만 설비는 되레 줄어
에너지믹스 대전환 없으면 블랙아웃·산업피해 커질수도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탈원전이라는 ‘고정 변수’ 때문에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및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빠르게 높이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문제는 이 같은 현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이 낮은 ‘피크기여도’와 같은 신재생 발전의 태생적 약점으로 효율이 크게 낮은 데다 신재생 설비의 단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했던 LNG 가격까지 치솟으며 ‘에너지 안보’까지 흔들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전력난과 석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나타난 ‘글로벌 에너지 대란’의 위기감은 이미 우리 턱밑까지 다다랐다. 글로벌 에너지 대란은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고에너지 제조업을 보유한 우리 산업에는 직격탄이다. 여기다 중국의 전력난이 장기화되고 글로벌공급망(GVC)까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안팎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 순수출국인 미국이나 국가 간 전력 계통망이 연결돼 에너지를 나눠 쓸 수 있는 유럽연합(EU)과 달리 북한에 가로막힌 ‘에너지 섬나라’인 데다 석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자체 에너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믹스’ 정책에 대한 큰 폭의 전환이 없을 경우 ‘블랙아웃(대정전)’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산업 경쟁력 저하 등 천문학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가스공사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LNG 수입액은 141억 9,275만 달러로 지난 2018년 같은 기간(141억 5,602만 달러)의 기록을 넘어섰다.

2018년의 LNG 수입액이 지금껏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배경에는 탈원전 정책이 자리한다. 실제 2018년의 경우 원전 이용률이 사상 최저인 65.9%까지 떨어진 데다 0.68GW 규모의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등으로 설비용량 기준 원전 규모 또한 2017년(22.53GW) 대비 줄어든 21.85GW에 그쳤다. 원전의 빈자리를 LNG 발전이 메운 셈이다.

올 들어 LNG 수입액이 급증한 것은 LNG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탈원전 정책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올 1분기 77.6%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은 이전 정부 대비 2배 이상 길어진 원전 정비 기간 등의 영향으로 올 2분기 69.3%까지 하락했다. 또 2019년 완공된 1.4GW 규모의 신한울 1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늑장 허가’로 내년 초에나 상업운전이 가능해 올해 전기 요금 인하 요인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LNG 가격은 상승 일로다. 동북아 지역 에너지 가격 지표인 JKM에 따르면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100만BTU(열량 단위)당 3.83달러에서 올해 8월 12.97달러로 3배 이상 급등했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 요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며 LNG 가격과 연동된 내년 1분기 전기 요금 또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원료비 인상이 계속되면 (기획재정부와) 적절한 시점에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해 다시 협의할 계획”이라며 “천연가스 가격이 생각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 가스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등을 보면서 인상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지금과 같은 에너지 정책하에서는 연료비 상승 등 외부 변수에 대한 취약성이 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LNG 설비는 지난해 41.3GW 규모에서 오는 2034년 59.1GW로 14년 새 50% 가까이 늘어난다. 날씨나 기후에 따라 발전량이 오락가락하는 신재생 발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완해줄 LNG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신재생 설비는 지난해 20.1GW에서 2034년 77.8GW 규모로 4배 가까이 급증한다. 정부는 신재생 발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구축할 방침이지만 수조 원이 소요되는 관련 부담을 한전공대 설립 등으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한국전력에 떠넘기고 있어 정부가 예상치만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반면 원전 설비는 지난해 23.3GW 규모에서 2034년 19.4GW로 오히려 줄어든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은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통해 확보하는 만큼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변동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다. 올 8월 기준 1㎾h당 연료비는 원자력이 41원인 반면 LNG는 3배 이상인 141원 90전을 기록해 가격 경쟁력도 높다. 여기에 10월 중 발표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량의 40%로 끌어올릴 경우 신재생의 단점을 보완할 LNG 발전 비중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훈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하루 몇 시간만 발전 가능한 신재생을 중심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섬나라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부문에서 불가능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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