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헝다·테이퍼링 등 위기감 고조.. "가계대출 옥죈다"[한자리 모인 경제수장들]

김현철 2021. 9. 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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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조율 통해 위험요소 선제대응
비은행권 가계대출 풍선효과 차단
경제 견조한 회복 흐름 이어질 것
가계대출금리 1년10개월來 3%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9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기관장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사진=서동일 기자

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들이 가계부채 조이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최근 불거지는 국내외 리스크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헝다그룹 문제 등 잠재됐던 리스크가 수면으로 부상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또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경계감 등으로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것도 부담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은 대내외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비은행권으로 확대되는 가계대출 풍선효과를 차단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의 경우 11월에 추가적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8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출금리가 상승세지만 추가적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외 리스크에 우려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월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과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우리 대외부문이 큰 흔들림 없이 유지·관리됐다"면서도 "글로벌 공급 병목 해소의 지연 가능성은 물론 최근 미국 부채한도 협상과 테이퍼링 경계감 등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식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앞으로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며 "동시에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중국 헝다그룹 문제 등 그간 잠재됐던 리스크도 일부 현재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경제수장들은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또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가계부채 등 유동성과 연계된 현안이 리스크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대응,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의 보완을 위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 등 관계기관 간 협력체계를 보다 긴밀히 가동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이런 전환기에는 관련당국 간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한 공조 노력 못지않게 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정책조율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긴요하다"며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할 수 있는 '회색 코뿔소'(gray rhino·지속적 경고로 이미 알려진 위험요인을 무시해 더 큰 위기에 빠진다는 의미)와 같은 위험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경제상황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와 우리 경제의 기조적 회복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거시·재정·금융 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폴리시믹스(policy mix)'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비은행권 가계대출 풍선효과 '차단'

금융당국은 대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비은행권으로 확대되는 가계대출 풍선효과 차단에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금융위원회는 전날(29일) SBI저축은행과 애큐온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등 저축은행 3곳과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를 불러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앞서 9월 24일에도 KB저축은행 관계자를 불러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국내 저축은행 79곳 중 17곳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인 연 21.1%를 초과했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금융위로부터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중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선언한 상태로 금융위는 선제적인 관리를 당부했다.

■8월 기준금리 인상 효과 반영 시작

그나마 다행인 것은 8월 가계대출 금리가 3%를 넘어서고 예금금리도 1%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그나마 금리인상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2.87%로 전달(2.77%)보다 0.10%p 상승했다. 기업대출(2.78%)과 가계대출(3.10%)이 각각 0.09%p, 0.12%p 상승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3.10%로 3%대로 올라섰다. 가계대출 금리가 3%대를 넘어선 것은 2019년 10월(3.01%)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 금리 수준은 2019년 7월(3.12%)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우대금리가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주택담보(0.07%p), 일반신용(0.11%p), 보증(0.09%p) 대출금리가 모두 상승했다. 신규 가계대출에서 금리 5% 이상 대출 비중도 5.3%에 달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팀장은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중금리대출과 소액대출 위주로 고금리대출이 실행되면서 5% 이상 금리 비중이 늘었다"며 "8월 중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지표금리가 오르고, 8월 26일 금리인상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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