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정은 연설 면밀 분석"..'통신선 복원'에 기대감도
[경향신문]
청와대가 10월 초 남북통신선 복원 뜻을 밝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30일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부가 그간 남북 간 현안 협의를 위해 대화 채널 복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을 북한이 수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 24, 25일) 담화 2건, 북한의 (지난 28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김정은 위원장의 (전날) 연설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이며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신중한 태도다. 지난 7월27일 13개월여 만
의 남북 통신선 복원을 발표할 당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던 것과도 결이 다른 반응이다.
청와대의 신중한 대응은 김 위원장 연설을 포함한 북한의 최근 메시지가 남측의 ‘이중잣대 및 적대시 정책 철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중잣대를 빌미로 미사일 개발을 비롯한 무력 증강을 도발이 아닌 자위적 차원의 조치로 정당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중잣대 및 적대시 정책 철회라는 ‘선결과제’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이 최근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통신선을 복원하더라도 곧바로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먼저 파악한 뒤 대응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다만 북한의 대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봤던 통신선 복원에 김 위원장이 직접 호응한 데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청와대는 이날 서훈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개최와 김 위원장 시정연설 등 관련 동향을 검토했다. NSC는 “통신선 복원에 대한 북한의 조치를 평가한다”며 “남북 간 현안들의 협의 해결을 위해 조속히 대화 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또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지 않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북 대화와 종전선언 추진, 북·미 대화 재개 등을 위한 최근 한·미 및 한·중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 결과를 보고받고 조속한 대화 재개를 위해 유관국 간 협의를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통일부도 통신선 복원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일부는 당국 간 대화가 조속히 복원되고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 가운데 여러 현안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통신연락선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다”며 “관련 언급이 김 위원장의 공개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통신선의 복원과 안정적인 운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앞선 청와대 관계자는 “순항미사일은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고, 탄도미사일은 위반사항에 있지 않느냐”며 “계속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안보리 논의가 예정돼 있는 만큼 논의 동향을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미국·영국·프랑스 요청으로 북한 관련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30일(현지시간) 긴급 소집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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